베니스 달군 ‘가능한 사랑’…외신 찬사 중심엔 전도연

입력 2026-09-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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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기간 중 살라 그란데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상영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6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기간 중 살라 그란데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상영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끌어냈다. 외신은 전도연이 작은 표정과 몸짓으로 노동자 가족의 상처와 욕망을 드러냈다고 평가하는 한편, 영화가 계급 격차와 타인의 고통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문제를 함께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전도연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의 주연 배우로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월드 프리미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상영을 마친 뒤에는 6분 넘게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버라이어티는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설경구 등 출연진이 관객들의 환호에 눈물을 보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소속사 측은 기립박수가 약 7분간 이어졌다고 밝혔다.

작품 공개 이후 외신의 평가는 전도연의 연기에 집중됐다. 전도연은 극 중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의 아내 미옥을 연기했다. 가족이 겪은 상처를 떠안으면서도 삶을 앞으로 끌고 가려는 인물이다.

버라이어티는 전도연이 올해 가장 섬세하고 다층적인 연기 가운데 하나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감정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미옥의 눈빛과 표정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쌓아 올렸다고 짚었다. 영화에 대해서는 성숙한 관계극이자 계급과 욕망, 사랑을 여러 겹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평했다.

인디와이어는 ‘가능한 사랑’을 이창동 감독의 또 다른 걸작으로 평가하면서 전도연의 연기를 특히 높이 평가했다. 매체는 “‘밀양’ 이후 20년도 지나지 않아 전도연이 또 한 번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극찬했다. 전도연이 미옥의 활달함과 상처, 타인을 향한 호기심과 억눌린 욕망을 한 인물 안에 겹쳐냈다는 평가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작품을 경제적·정서적 불안을 응시하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영화로 규정했다. 이어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이 이번에도 그에 못지않은 깊은 감동을 전한다고 평가했다.

어워즈워치는 전도연의 연기가 노동자 계층의 여성을 전형화하지 않으면서도 생활 속 몸짓을 통해 배경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미옥이 고급 카페에서 빨대로 음료를 조심스럽게 마시는 장면을 예로 들며,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행동 하나가 낯선 공간에 놓인 인물의 처지를 설명한다고 짚었다. 영화에는 평점 ‘A’를 줬다.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기간 중 살라 그란데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상영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기간 중 살라 그란데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상영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어워즈워치는 영화가 노동 착취를 넘어 노동자의 고통이 촬영되고 편집돼 콘텐츠로 소비되는 과정을 다룬다고 봤다.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가 미옥에게 접근하는 과정을 통해 카메라가 또 다른 계급적 특권이 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넥스트 베스트 픽처도 전도연을 네 명의 주연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배우로 꼽았다. 억눌렸던 자유를 좇으려는 미옥의 의지를 특유의 활달함으로 표현하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긴장과 위험을 인지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작품에 10점 만점에 8점을 줬다.

작품 전체에 대한 외신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가디언은 ‘가능한 사랑’을 착취와 우정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라며 배우들의 연기와 지적인 서사를 호평했다. 인물과 상황을 선악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사랑과 연대의 가능성을 열린 채 남겨둔 점에도 주목했다.

다만 모든 평가가 찬사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가디언은 일부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고 영화가 스스로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듯한 대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넥스트 베스트 픽처도 164분의 상영시간 동안 몇몇 장면이 길게 이어지면서 흐름이 정체된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영화의 사회학적·실존적 깊이를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정교하게 계산돼 즉흥성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과 아내 미옥, 이들을 촬영하려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 분)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두 부부의 관계를 통해 정리해고가 남긴 상처와 계급 격차, 숨겨진 욕망, 다큐멘터리 제작의 윤리를 다룬다.

이창동 감독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와 파업 진압으로 남은 노동자들의 상처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사건을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준 사건으로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버닝’ 이후 8년 만에 장편영화로 돌아온 이 감독은 기존 노동 문제에 가상의 다큐멘터리 감독 이야기를 결합했다. 전도연은 로이터에 미옥을 가족이 겪은 시련의 정서적 무게를 짊어지면서도 가족을 희망적인 방향으로 이끌려는 의지가 강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가능한 사랑’은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하는 21편 가운데 하나다. 제99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23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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