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유병규 칼럼] K자형 성장구조 속 금리인상의 명암

입력 2026-09-08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양극화 심화에 사회불안정 우려 커
내수 집중된 긴축충격에 정책 왜곡
정교한 통화·재정 정책조합 필요해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로 올렸다. 보기 드물게 연속 두 번에 걸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앞으로도 한두 번 더 올릴 여지도 남겼다. 금리 인상 명분이나 타당성은 거시경제 지표상으로만 보면 탓할 게 거의 없다.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경제성장률이 계속 전망치를 뛰어넘어 상승하고 있고, 미·이란 전쟁 등에 의한 국제 유가와 원자재가 급등을 주요인으로 국내 물가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현재 한국 경제의 성장 구조와 물가 상승의 주원인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제 안정 효과만큼이나 경제사회 불안정성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 경제는 갈수록 업종별, 소득 계층별 경기가 양극화되는 전형적인 K자형 성장 구조가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인한 ‘외수 의존형 불균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수 부문과 저소득 경기는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일부 수출업종과 고소득 계층은 예전에 없던 경기 호황세를 구가하고 있다.

업종별 소득계층별 불균형 성장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기준금리 인상은 K자형 성장의 그늘을 더욱 짙게 할 개연성을 키운다. 일단 최근 소비 동향을 분석해보면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수출이 급증해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늘어도 그 혜택이 음식·숙박·도소매·건설 등 내수 부문과 중소 자영업에는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사상 초유의 수익을 내고 있고 세계적인 수요 기반을 지닌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수익성이 낮은 비반도체 제조 기업들과 건설업,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금리에 훨씬 민감하다.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대출 이자가 올라가면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자영업자는 투자와 고용을 줄인다. 결국 반도체가 만들어낸 경기 호조에 대응해 금리를 올렸는데 실제 긴축의 충격은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비IT 부문과 내수에 집중되는 정책 효과의 왜곡이 초래된다.

물가 상승의 배경도 금리 인상에 따르는 부작용을 보다 키울 수 있다. 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거론되는 중동정세발 유가와 원자재가 상승은 공급측 비용 인플레이션에 해당한다. 금리 인상은 수요 억제형 정책 수단이다. 공급 쪽에 더 큰 원인이 있는데 수요 억제 수단만을 쓰면, 원가 상승 자체는 잡지 못한 채 기업투자와 가계소비만 위축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유발한다. 내수 총수요가 위축돼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가발 물가 압력이 쉽게 해소되지 않으면, 통화당국은 다시 추가 인상 유혹을 받는 물가와 금리 인상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지속적 금리 인상은 반도체 특수가 파급되는 낙수효과가 미약한 내수 부문 자영업과 중소상공인 부문에 가장 힘겨운 충격을 주게 되어 K자형 성장 구조를 고착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을 마냥 방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낮은 금리로 인한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환율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다. 향후 고려할 점은 금리 조정과 함께 정교한 정책 조합을 이루는 것이다. 우선 통화정책은 GDP 증가율 같은 총량지표와 함께 경기 ‘내용’을 보다 세밀히 살피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성장률, 비IT 설비투자, 건설투자, 소매판매, 서비스업 생산, 자영업 매출과 고용 등을 함께 판단하는 이른바 ‘반도체 제외 경기지표’를 보조지표로 최대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가 상승 원인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춘 대응책을 병행해야 한다. 국제유가·원자재가·환율 상승으로 발생한 물가에는 금리 인상에만 의존하지 말고 에너지 수급 안정, 수입처 다변화, 유통구조 개선과 관세의 탄력적 운용 등을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더 큰 역할을 담당토록 해야 한다. 투기 과열 지역에 대한 차등규제와 주택공급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기준금리가 실물경제 전반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금리와 재정정책은 한 방향으로 함께 감이 마땅하다. 반도체 호황에 의한 세수 증가는 일시적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선심성 복지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은 한은의 긴축 정책과 상반된다. 반도체업 성공은 다양한 미래 성장 산업을 키우는 발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반도체에서 창출 축적된 자본과 기술 등을 로봇, 바이오, 에너지, 소재·부품·장비와 서비스업으로 확산시켜 새로운 성장축을 세워가야 한다. 이는 일자리를 늘려 경제 불안의 주요인 중 하나인 과도한 자영업 비중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정책 당국은 ‘인상이 필요하다’라는 차가운 머리 못지않게 ‘그 부담을 누가 지는가’라는 따뜻한 가슴도 지녔으면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보내도 타격, 안 보내도 청구서”⋯韓기업, ‘동맹 리스크’ 샌드위치
  • "구조대 도착?"…코스피 6990선 안착, 개인 8.2조 '팔자'
  • 오세훈 "전월세 대란에 '주거 지옥'⋯ 민간임대사업자 혜택 되살려야"
  • 남은 연차 언제 쓸까…직장인 연차 사용 봤더니 [데이터클립]
  • KB증권 "내년 메모리 사상 초유의 공급 부족 온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극단적 저평가"
  • 국내 증시 거래시간 대격변…10년 만에 오후 8시까지 [D-7, 찐 애프터마켓 열린다①]
  • 단독 ‘공장 없는 브랜드’ 쏟아진다…신규 사업자 연 4000곳 시대 [K뷰티 성장공식①]
  • 매매 줄고 계약도 파기⋯서울 아파트 거래 ‘이중 절벽’
  • 오늘의 상승종목

  • 09.0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7,916,000
    • -0.78%
    • 이더리움
    • 3,394,000
    • -0.56%
    • 비트코인 캐시
    • 355,200
    • +0.68%
    • 리플
    • 1,904
    • -1.75%
    • 솔라나
    • 141,600
    • -1.8%
    • 에이다
    • 300
    • -0.66%
    • 트론
    • 457
    • -0.22%
    • 스텔라루멘
    • 264
    • +3.9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890
    • +0%
    • 체인링크
    • 17,370
    • -1.25%
    • 샌드박스
    • 52.55
    • +1.1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