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는 기준선인가 상한선인가'…경기도 421개 시·군 사업 다시 계산

입력 2026-09-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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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재정절벽" vs 도의회 "큰집 살리려 작은집 망해"…시장군수협 성명 예고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3일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31개 시·군 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7년 본예산 편성 관련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경기도)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3일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31개 시·군 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7년 본예산 편성 관련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경기도)
경기도가 31개 시·군에 보낸 2027년 본예산 협조요청에는 '상한'이라는 단어가 없다. 공식 문구는 '30% 초과 시·군 보조사업에 기준보조율 30% 적용'이다.

시·군이 받아든 계산서는 다르게 읽혔다. 40~50%를 받던 사업이 30%로 내려오면 나머지 70%를 누가 메우느냐는 것이다. 올해 시·군 보조사업 961개 가운데 421개, 43.8%가 이 기준의 영향권에 있다.

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3일 김성중 행정1부지사 주재로 31개 시·군 부단체장이 참석한 '2027년 본예산 편성 관련 영상회의'를 열고 내년도 세출 구조조정 원칙을 공유했다.

도는 법정의무사업을 제외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사·중복 사업을 일몰하기로 했다.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원칙적으로 다음 예산에 담지 않고, 국고보조 신규·확대 사업의 도비 부담과 교육청 비법정 전출금 지원도 최소화한다.

시·군 보조사업에는 도비 보조율이 30%를 넘는 사업에 기준보조율 30%를 적용하고, 국고보조사업 중 도의 의무부담 근거가 없는 사업은 도비 지원을 단계적으로 정비한다.

확보한 재원은 재난·재해와 생활안전, 서민경제, 일자리·복지에 집중하고 광역교통·환경·산업 인프라에 우선 배분한다. 국가사무와 중복되는 자체사업은 지양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긴축의 근거는 세입이다. 도 세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취득세는 2022년 11조 원에서 2026년 8조 원 수준으로 25.9% 줄었다. 조정교부금 등 법정경비 부담률은 전국 최고 수준인 데다 도 본청은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여서 초과세수 혜택도 없다. 자율 편성이 가능한 자체사업은 전체 예산의 10%에 미치지 못한다.

이 원칙이 시·군 예산서로 내려오면 계산이 달라진다.

421개 사업의 도비가 30%로 조정되고 사업 규모를 그대로 두면 나머지 70%는 시·군 몫이 된다. 자체 재원이 부족한 시·군은 시비를 더 넣거나 사업 규모와 추진 여부를 다시 따져야 한다.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가 즉각 공동 대응에 들어갔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협의회는 31개 시·군의 관련 현안과 입장을 긴급 취합하고 있다.

최 회장은 "경기도의 어려운 재정 여건은 이해하지만 도와 시·군의 매칭 사업은 민생과 복지, 서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자구책이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인 예산 삭감이나 사업 일몰을 추진하는 것은 주민 삶에 큰 타격을 주는 만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분석을 마치는 대로 공식 입장문과 성명서를 발표할 방침이다.

하남에서는 사업별 계산이 시작됐다. 올해 총사업비 6억원을 도와 시가 3억원씩 부담한 농어민기회소득과 관련해 경기도가 내년 도비 분담률을 10%로 낮추는 내용의 의견조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확정된 분담률은 아니다.

도의회에서는 여야가 함께 기준 적용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재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천3)은 4일 기획재정위원회 추경안 심의에서 "도가 재정위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비 보조율이 오락가락하고 급변하면 신뢰가 없어진다"며 "시·군이 도비 매칭사업을 제대로 지원받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비 보조율을 30%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조례가 있음에도 도가 30%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해당 조례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라며 "당장 시·군의 반발이 나오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2024년 시·군 보조사업의 도비 기준보조율을 30% 이상으로 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대표발의했다.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도의 재정이 좋으면 보조를 많이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거의 '절벽'"이라고 답했다.

윤종영 국민의힘 의원(연천)은 "내년도 본예산 편성 방향이 이대로 가면 시·군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큰 집을 살리기 위해 작은 집들이 망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시·군별 재정자립도가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유필선 민주당 의원은 현행 조례에 시·군의 인건비 충당능력과 재정력을 고려한 차등보조율 근거가 있다며 본예산 편성에 이를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30%라는 숫자의 법적 구조는 두 갈래다.

'경기도 지방보조금 관리조례'는 시·군 지방보조사업의 기준보조율을 분야별 범위 안에서 30% 이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건·사회와 도로·교통, 농어업은 30~70%, 산업·경제와 문화·체육, 지역개발 등은 30~50%다. 필요하면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달리 정할 수 있고, 시·군 재정사정에 따른 차등 보조율 근거도 별도로 있다.

시행규칙은 기본 기준보조율을 30%로 정하되, 도지사가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은 조례가 정한 분야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30%는 시행규칙상 기본값이고, 조례는 사업 분야와 시·군 재정여건에 따라 그 이상 또는 차등 적용할 길을 열어둔 구조다.

이번 충돌은 재정 비상 상황에서 30%를 넘겨온 421개 사업을 어느 범위까지 기본값으로 되돌릴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그동안 30%를 넘겨 지원해온 배경을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법적으로 도의 부담률이 30% 이상으로 명시되지 않은 사업도 정책적 판단이나 시·군의 사업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30%를 초과해 지원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재정 여건이 나빠진 만큼 기본 기준으로 되돌리되 필요한 사업과 재정이 어려운 시·군은 별도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도는 공식 협조 요청에서도 시·군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보다 사전에 충분히 소통해 함께 방향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도의회에서 연천과 의정부, 동두천 등 재정 여건이 어려운 시·군이 별도 배려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도비 보조율 설정과 관련해 각 시·군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사업별로 차등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성중 행정1부지사는 "오늘 회의는 어려운 재정 현실을 시군과 숨김없이 공유하고 함께 지혜를 모으기 위한 자리"라며 "도와 시군이 재정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협력한다면 주민의 삶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예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421개 사업의 도비가 모두 30%로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도가 제시한 것은 2027년 본예산 편성의 기본 원칙이고, 31개 시·군은 사업별 영향을 산출하고 있으며, 도의회는 조례상 분야별 보조율과 재정력에 따른 차등보조율을 실제 예산안에 반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시·군과의 협의를 거쳐 법정 의무사업을 제외한 사업을 재검토하고 도민 안전과 민생, 광역사무를 중심으로 2027년 본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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