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등에 열흘 새 EB 90만주 출회…사측 “유통주식 확대 계기, 결정 사항 공시할 것”

과거 한계기업에 머물던 셋톱박스(STB) 제조사 디엠티를 인수해 웹툰 전문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코스닥 상장사 탑코미디어가 AI 콘텐츠 플랫폼으로 재탄생한다. 만성 적자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비상장 알짜 계열사 탑툰을 흡수합병한 데 이어, 최근 사명까지 ‘엔키AX’로 변경키로 하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 국면에 진입했다. 다만 주가 회복세와 맞물려 모회사가 발행했던 130억원 규모의 사모 교환사채(EB) 권리행사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에 출회되는 잠재 매물(오버행)을 탄탄해진 실적 체력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 흐름의 분수령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탑코미디어의 최근 행보는 상장사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구조 재편의 연속이다. 2021년 12월 웹툰 플랫폼 탑툰을 창업한 유정석 대표 체제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회사는 2022년 3월 모회사 엔키홀딩스(옛 탑코)로부터 해외 웹툰 유통 사업을 200억원에 양수하며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어 2023년 12월에는 만성 적자를 내던 셋톱박스(STB) 제조·판매 사업 일체를 60억원에 매각 완료하며 비콘텐츠 부문을 정리했다.
결정적인 승부수는 2025년 4월 단행된 탑툰 흡수합병이다. 탑코미디어는 1대 27.2683824 비율로 탑툰을 합병하며 합병신주 2727만주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회계상 641억원의 합병차손을 자본조정으로 반영했으나, 웹툰 기획·제작 스튜디오부터 국내외 자체 플랫폼 운영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구축에 성공했다.
사업 재편의 마침표는 1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다. 회사는 상호를 ‘엔키AX’로 변경하고, 정관 사업목적에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콘텐츠 개발·제작·유통업 △지적재산권(IP) 활용 대화형 인공지능(챗봇) 서비스업 △AI 기반 캐릭터 및 가상인간 개발·라이선싱업 △AI 솔루션 및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 등 4개 신규 사업을 추가한다. 단순 웹툰 유통사를 넘어 AI 인터랙티브 콘텐츠 기업으로 공식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체질 개선 효과는 실적 지표로 가시화되고 있다. 탑코미디어는 2024년 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탑툰 합병 효과가 반영된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486억원, 영업이익 3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 274억원, 영업이익 36억원, 순이익 31억원을 거두며 흑자 기조를 정착시켰다. 특히 2분기 실적은 매출액 155억원, 영업이익 37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4%를 기록했다. 2분기 영업비용(118억원)이 전년 동기(119억원) 대비 소폭 감소하는 등 고마진 구조가 두드러졌다.
수익성 개선 배경에는 3월 출시한 AI 캐릭터 채팅 서비스 ‘탑툰챗’이 자리 잡고 있다. 탑툰챗은 웹툰 등장인물과 이용자 간 1대 1 실시간 대화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5월 기존 탑툰 결제 코인과 연동을 마쳤다. 연재 회차를 모두 소진하면 과금이 중단되던 기존 웹툰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대화 지속에 따라 결제가 이어지는 구조를 도입해 가입자당 평균 매출을 끌어올렸다. 탑툰챗 결제 이용자의 약 70%가 월 5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고단가 소비층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5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불법 사이트 긴급 차단 제도 시행 이후 연간 조회수 43억 회에 달하던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뉴토끼’가 자진 폐쇄된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플랫폼 유료 결제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탑코미디어가 시장 정상화의 반사이익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 특성상 소비자 소비 패턴에 연동되는 구조여서 정량적인 하반기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탑툰챗을 통해 기존과 차별화된 새로운 사업 파이프라인이 확보되면서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도 이러한 개선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과 신사업 기대감으로 주가가 반등하자, 주식시장에서는 모회사가 발행했던 사모 교환사채(EB)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회사 엔키홀딩스는 지난해 10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 중인 탑코미디어 구주 500만 주(발행주식수의 10.14%)를 담보로 130억원 규모의 사모 EB를 발행했다. 만기는 2030년 10월, 교환가액은 주당 2600원이다. 수성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오라이언자산운용, 마일스톤자산운용 등 메자닌 전문 사모펀드들이 대거 인수했다.
지난달 24일 4만 주가 처음 교환된 이후 25일부터 9월 2일까지 6거래일 연속으로 총 86만 주의 교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교환된 주식만 약 90만 주로, 애초 교환대상 주식 500만 주의 18.1%다. 원금 기준으로는 약 23억원 규모다.
해당 EB는 상장사인 탑코미디어가 발행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아니라, 대주주인 엔키홀딩스가 보유 구주를 대상으로 발행한 채권이다. 채권자가 주식 교환을 청구하더라도 탑코미디어 법인으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자본 확충’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신주 발행이 없어 주당가치 희석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주주가 보유하던 구주가 시장 유통 주식으로 풀리며 주가 상승을 제약하는 매물 부담(오버행)으로 작용한다.
시장에서는 잔여 EB 물량의 출회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500만 주 중 90만 주가 주식으로 바뀌면서 현재 남은 교환 대상 주식은 약 410만 주(발행주식수의 8.31%)다. 잔여 원금은 약 107억원 규모다. 발행 조건상 매도청구권(콜옵션) 30%를 제외한 초기 물량 150만 주만 올해 1월 29일부터 교환청구가 가능했으며, 잔여 70% 물량(약 350만 주)에 대해서는 발행 1년이 경과하는 10월 29일부터 전면 교환청구 제한이 풀린다. 10월 말 이후 수백만 주의 잠재 매물이 일시에 장내로 쏟아질 수 있는 구조다.
오버행 우려에 대해 회사 측은 유통물량 해소 측면의 순기능을 짚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인위적으로 주가 방어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며, 의사결정 사항은 공시를 통해 밝히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최대주주 지분이 60%를 웃돌 정도로 지나치게 높다 보니 시장 내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주가 흐름이 정체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며 “교환권을 통해 시장에 물량이 풀리는 상황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향후 모회사 차원의 콜옵션 행사 여부나 시장 충격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확정되는 사항이 있다면 공시를 통해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