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 기상 이변은 사회적·경제적 취약 계층을 먼저 때린다. 하지만 폭우와 폭염을 넘나드는 기후재난 속에서 정책은 여전히 단기적인 '냉난방 요금 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극단적 이상기후가 맞물린 시점에 '기후 복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결과 기후변화 피해는 취약계층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펴낸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 대책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온열과 한랭질환자는 고령자·저소득층 비율이 높았다. 홍수와 폭우 피해는 반지하 등 주거 취약계층에 쏠렸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대응은 미약했다. 일부 지원 마저도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지원에만 쏠렸다. 정부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2023~2025년)의 총 재정투자 규모 23조1000억 원 중 취약계층 보호 예산은 약 2조1000억 원으로 전체의 9.3% 수준이다. 이 가운데 66.2%가 '에너지바우처' 등 일회성 비용 지원이었다.
정부는 최근 마련한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2026~2030년)'을 통해 취약계층 보호 확대에 나선다.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은 2025년 130만 가구에서 2030년 150만 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폭염에 대비해 취약계층 밀집 지역에 '우리동네 쉼터' 조성을 시범 추진하며 야외 근로자 보호를 위한 지수형 '기후보험'도 2026년부터 시범 도입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현행 에너지바우처 지원 등 단순 비용 지원에서 벗어나 사회 구조에 맞춰 지원 체계를 '기후 복지'로 상향하는 방식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기후 변화에 취약한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노령층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과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의 상관계수는 0.843에 달했다. 고령층일수록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경향이 크다는 뜻이다. 단독주택 에너지비는 아파트보다 57.7% 더 들어가는 것으로 집계돼 노후주택에 사는 고령층일수록 에너지 비용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후주택 거주 고령층을 위한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그린 리모델링) 직접 보조금을 늘리고, 소득·건강·주거 데이터를 연동해 신청 없이도 대상자를 찾아내는 '자동 발굴·자동 지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청주의를 벗어나는 것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현행 방식 탓에 정보 접근성이 낮은 노인·장애인이 제도 밖에 남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세청·건강보험공단 등의 정보를 연계해 대상자를 자동으로 찾아내고 자동으로 지급하되 수급자에게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밖에 지자체가 주도하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역시 폭염 쉼터·차열페인트 등 일부 유형에 한정된 현행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유형과 지자체 제안 사업 비중을 늘리고, 정부의 컨설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미래학과 학과장(기후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기후 문제는 세상 모든 곳과 맞닿아 있는데 현재는 부처별로 쪼개져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파편화된 대응을 하고 있다"며 "기후 적응 컨트롤 타워를 신설하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전에 대비하는 '예견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