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물 무기화’ 노골화…"경제 넘어 안보로 맞서야" [광물전쟁下]

입력 2026-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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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수출통제 외교 압박 수단으로
G7·호주, 단일 공급국 의존도 60% 아래로
韓, 안보 중심 공급망 동맹·자원외교 시급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광물은 반도체·이차전지·방위산업을 움직이는 전략자산이다. 중국을 비롯한 자원보유국이 광물을 외교·안보의 무기로 활용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국가의 생존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은 높은 수입 의존도에도 비축과 해외개발, 정·제련, 재활용을 잇는 대응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국내 핵심광물 정책과 법·제도의 빈틈, 해외자원 개발이 위축된 배경을 짚고 경제를 넘어 안보의 관점에서 공급망 해법을 모색한다.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산업·통상 영역을 넘어 안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특정국의 수출통제가 언제든 산업 생산과 국방 역량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주요국이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는 만큼 우리 정부도 핵심광물을 가격과 수급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8일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부터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맞서 주요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자국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광물을 통상 협상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2023년 갈륨·게르마늄과 흑연에 수출허가제를 도입하고 희토류 분리·정련 기술의 해외 이전도 제한했다. 2024년에는 희토류 채굴과 제련·가공 관련 기술 통제를 강화한 데 이어 갈륨·게르마늄 등의 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해에는 텅스텐·텔루륨·비스무트·몰리브덴·인듐과 7종의 희토류를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올해 1월에는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을 금지하며 광물을 외교·안보 갈등의 지렛대로 삼았다.

중국의 정책 변화는 곧바로 국제 가격과 산업 현장을 흔들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8월 CATL의 장샤워 리튬 광산 채굴 허가를 연장하지 않자 공급 불안이 커지며 리튬 가격이 급등했다. 이후 CATL이 허가 연장 절차와 조업 재개 방침을 밝히자 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단일 광산의 가동 여부조차 세계 광물시장을 출렁이게 할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주요국은 공급망 다변화를 개별 기업의 조달 문제가 아닌 공동 안보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과 호주는 6월 핵심광물 공급망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비시장적 정책과 자의적인 수출 제한, 경제적 강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희토류와 영구자석의 경우 G7 및 파트너국 밖의 단일 공급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60% 미만으로 낮추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50%까지 축소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의 광물 무기화를 겨냥한 조치다. 한국은 이 선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호주·일본·말레이시아·태국 등과 프레임워크와 협정, 양해각서를 잇달아 체결했다. 광산 개발과 정·제련 투자를 넘어 전략비축, 가격 안정 장치, 불공정 관행 대응, 광산자산 매각 시 협력까지 외교·안보 정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핵심광물 프로젝트에 양국이 각각 최소 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핵심광물의 대중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뚜렷한 공급망 외교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비축 확대나 수입선 다변화만으로는 중국의 수출통제와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우방국과 공동 투자·정제련 협력·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다윗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핵심광물은 이제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라며 “특정 국가가 수출통제나 허가 지연에 나서면 반도체와 첨단 무기체계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한국의 안보전략과 대외 협상력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시에는 비용과 효율성의 문제로 보이지만 위기 시에는 전쟁지속능력을 좌우하는 만큼 정·제련과 가공, 소재·부품, 재활용, 전략비축까지 연결한 국가 차원의 공급망 안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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