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사건은 조용히”…‘장윤기 사건’ 병합수사 막은 박성주 전 국수본부장 재판행

입력 2026-09-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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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국수본 간부 3명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기소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6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인사를 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6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인사를 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장윤기 사건’의 범행 동기와 성범죄 목적을 규명하려던 일선 경찰의 병합수사를 막은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간부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경찰의 스토킹 신고 부실 대응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선 수사팀의 병합수사를 조직적으로 저지했다고 판단했다.

광주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봉진 부장검사)은 2일 박 전 본부장과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 대행 A 씨, 전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 B 씨, 현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성폭력범죄수사계장 C 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함께 입건된 국수본 형사국장은 관여 가능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장윤기는 5월 3일 한때 교제했던 외국인 여성의 집에 침입해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강간하고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흉기를 구입해 피해자 주거지 주변을 배회했고, 피해자는 112에 스토킹 신고를 했다. 그러나 출동 경찰은 피해자의 목 부위 상처와 폭행 피해 진술을 확인하고도 정식 사건 접수 없이 현장 종결했다. 이틀 뒤 장윤기는 귀가하던 여고생을 납치·강간하려다 저항하자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막으려던 남고생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장윤기가 ‘스토킹→주거침입·강간·감금→흉기 구입→배회’를 거쳐 범행 대상을 바꿔 여고생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두 사건의 병합수사를 추진했다. 광주청도 국수본에 이 같은 방침을 보고했다.

이 무렵 장윤기가 살인 이틀 전 스토킹 신고를 당했지만 경찰이 현장 종결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두 사건의 연관성과 경찰 초동조치를 문제 삼는 보도가 이어졌다. 국수본 내부에서도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연합뉴스)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연합뉴스)

검찰은 박 전 본부장이 두 사건의 연관성이 알려질 경우 ‘경찰이 적절히 대응했다면 살인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해 수사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본부장은 초동조치 미흡과 광주청·광산서의 병합수사 방침을 보고받은 뒤 A 씨에게 “외국인 여성에 대한 강간 사건은 조용히”, “오픈되지 않게 하라”, “살인 사건과 스토킹·강간 사건은 각각 따로 해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이후 분리 수사·송치 방침을 광주청에 전달했다. 광주청과 광산서는 병합수사·송치를 거듭 건의했지만 국수본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청 강력계장이 “수사 원칙상 병합수사 및 병합송치가 불가피하다”며 박 전 본부장에게 재보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A 씨는 본부장 지침이 ‘분리 수사·분리 송치’라며 거부했다. A 씨는 광산서 측 건의를 ‘사건 욕심’으로 치부하고 “광산서 내에서 합동수사를 하고 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결국 광산서 수사팀은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지 못했고 장윤기는 경찰 단계에서 살인 혐의로만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검찰 관계자는 “전 국수본부장 등이 경찰 조직의 과오 은폐와 여론 비난 및 질책 회피 등을 목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정당하게 진행되던 수사를 가로막았다”며 “일선 수사에 대한 경찰 수사 최고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을 규명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향후 피고인들에게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형벌권이 적정히 실현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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