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 자금보다 기준이 먼저”…日·홍콩 사례로 본 당국 역할

입력 2026-09-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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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제콘퍼런스서 아시아 전환금융 사례 공유
日 업종별 로드맵·사후관리…홍콩은 中企 전환 역량 지원
韓도 가이드라인 이어 연내 모범규준 마련

▲금융감독원과 이화여대가 2일 공동 개최한 ‘2026 국제 콘퍼런스’ 토론세션에서 참석자들이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금융감독정책과 전환금융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금융감독원과 이화여대가 2일 공동 개최한 ‘2026 국제 콘퍼런스’ 토론세션에서 참석자들이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금융감독정책과 전환금융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전환금융이 실제 산업의 저탄소 전환으로 이어지려면 자금 공급 확대에 앞서 금융당국이 신뢰할 수 있는 기준과 데이터, 검증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과 홍콩은 당국이 전환금융의 판단 기준과 실무 지원도구를 먼저 구축한 뒤 금융회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발전시키고 있다.

2일 이화여자대학교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이화여대 공동 국제 콘퍼런스 토론세션에서 일본 금융청(FSA)과 홍콩 금융관리국(HKMA) 관계자들은 전환금융의 현장 안착 방안에 대해 이같이 제언했다.

전환금융은 친환경 사업을 직접 지원하는 녹색금융과 달리 철강·화학·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이다. 금융위원회는 2월 한국형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실제 업무 적용을 위한 전환금융 모범규준을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 정부 주도로 전환금융 제도화를 앞서 추진한 일본은 2021년 금융청·경제산업성·환경성이 공동으로 ‘기후 전환금융 기본지침’을 마련하며 관련 제도를 본격화했다. 이후 철강·화학·자동차 등 난감축 산업별 탄소감축 로드맵을 순차적으로 구축해 금융회사가 기업의 전환전략을 판단할 때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토모후미 야노 일본 금융청(FSA) 부국장은 “산업마다 출발점과 전환 과정에서 직면하는 과제가 다르다”며 “전환계획은 장기 목표와 정합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전환계획 공시와 제3자 의견 등을 통한 투명성 확보가 그린워싱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전환자금 공급 이후에도 금융회사가 기업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전환전략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사후관리를 중시하고 있다. 한국형 전환금융도 일본과 유사한 업종별 탄소감축 이행 로드맵을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홍콩은 중소기업의 전환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당국의 실무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4년 지속가능금융 택소노미를 도입한 뒤 올해 1월 ‘전환’ 범주를 추가하며 관련 체계를 본격화했고, 은행의 실물경제 전환 대응을 위한 전환계획 원칙도 마련했다.

로널드 영 홍콩 금융관리국(HKMA) 지속가능은행개발 책임자는 “중소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부서가 없어 재무나 회계 부서가 관련 업무를 모두 맡는 경우가 많다”며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역량 부족”이라고 말했다.

HKMA는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를 돕는 설문과 연료·전력 사용량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하는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전환계획 사례를 만드는 파일럿도 추진 중이다.

현석 연세대 교수는 “전환금융은 단순히 더 많은 금융상품을 만들거나 기존 금융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과 산업이 실물경제에서 신뢰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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