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요청 엿새 만에 법제처 “법령해석 대상 아니다” 판단
총사업비 조정·별도 특례 등 검토…우선시공분 계약 전 결론
입찰 후 공사비지수 4.2% 상승…조정 없으면 컨소시엄 부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공사비 조정 해법을 찾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법제처에 요청한 유권해석이 반려됐다. 이르면 10월 말 우선시공분 계약을 앞둔 가운데 공사비 문제는 다시 관계부처 협의로 넘어갔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제처는 지난달 31일 오후 국토교통부가 요청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공사비 조정 관련 유권해석을 반려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5일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국토부가 판단을 요청한 핵심은 입찰공고 이후 계약 체결 전까지 오른 공사비를 현행 법령에 따라 반영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별도의 특례를 마련해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는지도 해석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제처는 법제업무 운영규정상 이번 사안이 법령해석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 또는 상위 법령 위반 여부에 관한 사항은 법제처의 법령해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법제처의 반려 통보 다음 날인 1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후속 방안을 논의했다. 법제처에 같은 내용으로 유권해석을 다시 요청하지 않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간 협의를 통해 공사비 문제를 정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총사업비 조정과 별도 특례 마련 등을 포함해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실제 가격이 크게 오른 유류와 원자재 등 필요한 비목만 선별해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간 법 해석에 이견이 있어 최대한 빨리 조율해 우선시공분 계약 전 결론을 내기로 했다”며 “법제처에 같은 내용으로 다시 유권해석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사비 조정 논의를 서두르는 것은 계약 일정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이달 기본설계도서를 제출한 뒤 발주처 검토를 거쳐 이르면 10월 말에서 11월 초 우선시공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공공공사는 계약 체결 이후 물가변동 요건을 충족하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아직 계약 전이어서 그동안 발생한 원가 상승분을 최초 계약금액에 미리 반영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게 쟁점이다.
조달청은 지난해 12월 29일 공사비 10조7174억원 규모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공고를 냈다. 이후 중동지역 분쟁 등의 영향으로 유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입찰 당시 산정한 공사비와 실제 계약 시점의 원가 사이에 차이가 벌어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건설공사비지수는 작년 말보다 4.2% 상승했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공사비 증가분은 약 4500억원이다. 정부가 계약 전에 별도의 조정 근거를 마련하지 않으면 계약 시점까지 발생한 원가 상승분이 당장 컨소시엄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사비 문제는 컨소시엄 유지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부산·경남 지역 건설사 13곳은 공사비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탈퇴할 수 있다며 정부에 공동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 업체의 지분은 전체 컨소시엄의 약 13%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지역업체들도 정부 협의 결과를 일단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현재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일정에 맞춰 설계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 공사비로 계약하면 입찰 이후 오른 비용을 컨소시엄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만큼 우선시공분 계약 전에는 정부의 구체적인 조정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