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투자증권은 31일 AI 투자 사이클과 경기 확장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의 이익 상향 모멘텀이 정체되면서 투자 대상을 비반도체 업종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과 이차전지, IT하드웨어, 제약·바이오 등을 반도체와 함께 살펴볼 업종으로 제시했다.
이날 유진투자증권 ‘글로벌 전략-변동성 오딧세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4대 빅테크의 올해 2분기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1.4%, 설비투자 증가율은 88.8%를 기록했다. 투자 규모가 영업이익의 125.6%, 매출의 35.0%까지 높아졌지만 데이터센터 주요 수요 기업의 실적 성장에는 아직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기의 자금조달 여건도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7월 미국 은행 대출은 전년 동월 대비 7.1%, 기업 대출을 의미하는 상업대출은 8.4% 증가했다. 올해 2분기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5%로 기준금리 3.5~3.75%, 10년물 국채금리 4.6~4.7%를 웃돌았다.
다만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와 차입 확대는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높이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가운데 지급보증과 리스 등 부외부채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기술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9배로 산업재 24.5배보다 낮아졌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이익 모멘텀이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반도체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은 증가할 전망이지만 7월 이후 이익 전망치 상향 흐름은 멈췄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의 이익 전망치는 상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에서도 비반도체 품목의 개선세가 확인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6월 199.5%에서 7월 178%로 둔화했지만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각각 19.3%, 17.8%를 기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비반도체 가운데 석유제품과 선박, 무선통신기기, 화장품, 바이오헬스 등의 수출 증가세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이차전지 수출도 아직 부진하지만 점차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 측면에서는 7월 주가 급락 과정에서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된 운송과 조선, 기계, 에너지, IT가전, 증권 등에 주목했다. 2027년 영업이익 증가율 기준으로는 화학과 IT가전, IT하드웨어, 보험, 유틸리티 등의 개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제약·바이오는 반도체 집중 위험을 낮출 대안으로 제시했다. 올해 코스피에서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이 17%포인트 높아지는 동안 건강관리 업종 비중은 2.4%포인트 줄었고, 코스닥에서도 건강관리 비중이 8.8%포인트 감소했다. 실적 모멘텀은 강하지 않지만 장기간 소외됐다는 점에서 분산 투자 대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의 추가 상승 속도는 상반기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8월 20일 기준 코스피 6852포인트는 예상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비싸지 않지만 개인 투자자의 올해 평균 매수 단가가 7300~7400포인트, 기관은 7100~7200포인트 수준으로 추정돼 7000~7500포인트 구간에서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은 9월 이후 1450~1460원대로 수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6월 5일 1559원에서 약 11%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낙폭이 과도하지만 국내 재정 여건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 등을 고려하면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사이클과 경기 확장이라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이익 상향 추세는 정체되고 있다”며 “상반기처럼 반도체 일변도의 대응보다는 조선과 이차전지, IT하드웨어, 제약·바이오 등으로 투자 대상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