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료 요구서 12건 미교부·10건 미보존…재발방지명령

보일러 제조업체 경동나비엔이 구매단가를 낮추기 위해 협력사의 온도센서 도면을 활용해 자체 도면을 만든 뒤 해당 협력사의 경쟁업체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두 도면은 외관뿐 아니라 일부 세부 치수와 규격까지 같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협력업체 이원화와 비용 절감 수단으로 무단 사용한 행위라고 판단해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난방기기 제조비용을 줄이기 위해 같은 부품을 둘 이상의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협력업체 이원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경동나비엔은 기존 협력사가 2017년 제출한 온도센서 도면 3종을 활용해 2024년 3월 유사한 자체 도면을 만들었다. 협력사와 사전에 협의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같은 해 4월 이 도면을 해당 협력사의 경쟁업체에 제공했다.
공정위가 공개한 예시 도면을 보면 협력사 도면과 경동나비엔 도면은 제품 외관이 유사할 뿐 아니라 일부 세부 치수와 규격도 동일했다.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이 구매단가를 낮추기 위해 협력사의 기술자료를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제3자에게 제공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취득한 협력사의 기술자료를 자신이나 제3자를 위해 사용하거나 외부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도 위반했다.
경동나비엔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8월까지 협력사 4곳에 관리계획서 12건을 이메일 등으로 요구하면서 기술자료 요구서를 교부하지 않았다.
관리계획서는 제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공정 순서와 사용 설비, 관리 기준,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조치 방법 등을 담은 문서다. 원사업자가 협력사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는 요구 목적과 비밀 유지 방법, 권리 귀속 관계, 자료 제공 대가 등을 적은 서면을 사전에 교부해야 한다.
경동나비엔은 2018년 2월부터 2019년 8월까지 협력사 5곳에 관리계획서 10건을 요구하면서 교부한 기술자료 요구서도 보존하지 않았다. 관련 서류는 하도급 거래가 끝난 날부터 7년간 보존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생활가전 분야를 직권조사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공정위는 협력업체의 기술자료가 원사업자의 비용 절감이나 거래처 변경을 위해 부당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기술탈취 행위를 면밀히 감시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