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의 대미를 워싱턴D.C. 도심에서 처음 열린 자동차 경주로 장식했다. 드라이버들이 시속 300㎞에 육박하는 속도로 수도의 상징적인 명소들을 질주하면서 스포츠와 볼거리로 채워진 여름 축제가 막을 내렸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ㆍ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디카’ 자동차 경주대회인 ‘프리덤 250 그랑프리’가 이날까지 이틀간 워싱턴D.C.의 상징적 공간인 내셔널몰 일대에서 개최됐다.
관계자들은 약 20만 명의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 관람권은 무료였지만, 트랙 옆에 마련된 전용 클럽 입장권은 5000달러(약 690만원)에 판매됐다.
전날 연습 주행과 예선이 진행됐으며, 본 경기는 이날 오후 1시께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차 ‘더 비스트’를 타고 서킷을 한 바퀴 도는 '명예 주행'(lap of honor)을 한 후 녹색 깃발을 흔들어 경기 공식 시작을 알렸다.
통상 인디카 경기에서는 출발·결승선에 설치된 타워 위에서 녹색 깃발을 흔들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 관람석에 머문 채 출발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의 신호와 함께 오픈휠(바퀴가 차체 밖으로 드러남) 구조의 경주용 차들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7개의 코너로 구성된 1.7마일(약 2.7㎞) 길이의 경주 코스는 도심 내셔널몰을 가로질러 유서 깊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달린 뒤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주변을 도는 형태로 설계됐다. 선수들은 이 코스를 147바퀴 돌아 총 250마일(약 402㎞)을 질주한다. 총 주행거리를 250마일로 정한 것은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펜스케가 운영하는 인디카는 세계적인 오픈휠 레이싱 시리즈로, 인기와 명성에서 포뮬러 1(F1)에 이어 두 번째로 꼽힌다. 인디카 시리즈 소유주는 유명 카레이서 출신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인 로저 펜스케다. 이번 대회에 들어간 2000만달러의 비용도 모두 주최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회의사당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들을 배경으로 펼쳐진 인디카 경주의 이례적인 무대는 드라이버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에서 우승한 카일 커크우드는 경기 후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경기를 하기에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진 장소”라고 말했다.
당초 경주 코스는 미 국회의사당 부지를 통과하도록 계획됐지만, 이 방안은 의원들의 승인이 필요했고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의사당 부지에서는 광고가 금지돼 있는데, 수십 개 기업의 후원 로고가 붙은 경주용 차량과 트랙 주변 광고판이 이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코스를 마련하도록 교통부 관계자들에게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당국은 인디카 행사의 군용기 축하 비행을 위해 이날 정오 무렵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공항의 항공기 운항을 3시간 동안 중단하기도 했다. 축하 비행에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자주 사용되는 보잉 747기와 B-2 스텔스 폭격기로 보이는 항공기가 참여했다.
경찰은 보행자 이동과 경호 절차로 인해 도심의 주요 간선도로를 폐쇄했다. 대회 관계자들은 경기 전후로 워싱턴 도로에 대대적인 보수 작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이버들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직선 구간에서 시속 약 298㎞(185마일)까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이번 경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자신의 두 번째 임기를 기념하기 위해 활용해 온 일련의 스포츠 행사 가운데 가장 최근에 열린 행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해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여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프로 종합격투기 대회로 관련 행사의 막을 올렸으며, 한 달 뒤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국인 스페인에 우승 트로피를 전달했다. 이달 초에는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을 통해 중계된 고등학생 선수 대상의 게임쇼와 육상대회를 결합한 형태의 ‘패트리엇 게임스’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들 행사는 국내외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수단”이라며 “UFC 경기는 전 세계에 스트리밍됐으며, 월드컵 시상식에서는 스페인 대표팀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동안에도 경기장 중앙에 한동안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