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기준·임대료 등 세부 설계는 과제로

정부가 이른바 ‘로또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을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청약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소수 당첨자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돌아가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청약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에게는 추첨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다. 청약통장 무용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ㆍ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민간분양 잔여물량이 발생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우선 매입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물량은 중위소득 150% 이하 자격조건과 소득분위별 입주 쿼터를 없애고 전체 물량의 50% 이상을 무주택 청년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미계약이나 계약취소 등으로 발생한 잔여물량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무순위 청약을 거쳐 다시 공급됐다. 청약통장이나 가점 경쟁 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해 청약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도 내 집 마련을 노릴 수 있는 통로로 여겨졌다.
반면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현재 시세와 분양가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로또 청약’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최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전용면적 84㎡ 1가구에는 약 10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면서 9만433명이 신청했다. 올해 3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전용 59㎡ 1가구에도 13만938명이 몰렸다.
다만 인기 단지 잔여물량까지 공공임대로 전환되면 입주자 선정과 임대료 기준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입지가 좋은 신축 아파트에 주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기회가 생기는 만큼 혜택을 어떻게 배분할지 세부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공공임대는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한 경우가 있어 장기간 거주하면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청약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결국 내 집을 소유하기 원하는데 서울에서 나오는 괜찮은 잔여물량까지 공공이 가져간다는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 확대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 국토부 추산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발생한 전용 85㎡ 이하 잔여물량은 약 1600가구다. 박 대표는 “서울에서 나오는 잔여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이를 공공임대로 돌린다고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무순위 청약 축소가 청약통장에 대한 회의론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양가격 상승으로 서울에서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가운데 추첨을 기대할 수 있었던 통로까지 좁아지기 때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에서는 청약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기가 어려워지면서 무순위 청약이라도 한 번 지원해보기 위해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기회마저 사라지면 청약통장을 굳이 보유할 필요가 있느냐는 무용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