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세금으로 잡아라…토지공개념 거쳐 종부세 탄생 [정권별 부동산 세제 변천사 上]

입력 2026-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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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집·땅값 크게 올라
노무현 정부서 ‘종부세’ 도입
집값 안정 정책 수단 됐지만
가격 억제 효과엔 한계 노출

1980년대 후반 전국을 휩쓴 부동산 가격 급등은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거래할 때 세금을 걷는 데 그치지 않고 땅과 주택을 많이 보유하는 것 자체에 더 무거운 세금을 매겨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에서 시작한 흐름은 종합토지세를 거쳐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로 이어졌다.

1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세 강화의 중요한 전환점은 1980년대 후반이다. 저유가·저금리·저달러의 이른바 '3저 효과'에 따른 수출 호조와 통화 팽창,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 등이 겹치면서 아파트와 땅값이 급등했다.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과 함께 토지공개념을 추진했다. 땅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소유자가 독점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개발이익환수제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유휴토지 등의 가격이 정상적인 상승분을 넘어 오르면 초과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였다. 땅을 팔지 않았더라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투기 억제책이었다.

1990년에는 종합토지세가 시행됐다. 개인이 전국에 보유한 토지를 합산해 누진적으로 세금을 매기면서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보유세 체계의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는 세금과 규제만 조이지 않았다. 주택 200만호 건설과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공급을 병행했다. 투기수요와 개발이익은 억제하면서 대규모 공급으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정책이었다.

강력한 토지 과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등의 논란 속에 헌법재판소가 1994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998년 폐지됐다.

▲부동산 보유세의 역사 인포그래픽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보유세의 역사 인포그래픽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정책의 무게중심도 규제에서 완화로 이동했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를 맞은 김대중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응해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분양가 자율화와 분양권 전매 허용 등에 나섰다.

보유세가 다시 부동산 정책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다. 외환위기 이후 규제 완화와 저금리 등의 영향 속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주택과 토지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보유세 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다.

노무현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와 과표 현실화 등을 추진했고 2005년 종부세를 도입했다.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게 지방세인 재산세와 별도로 국세를 부과하면서 기존 종합토지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재편됐다.

종부세에는 집값 안정뿐 아니라 조세부담의 형평성과 지방재정 균형발전이라는 목적도 담겼다. 당시 거래세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보유세 부담과 수도권·비수도권 간 세수 불균형도 도입 배경이었다.

같은 해 8·31 부동산 대책에서는 종부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추진했다. 보유와 매각 단계의 세부담을 함께 높여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세금은 조세를 넘어 집값을 조절하는 정책수단이라는 성격까지 갖게 됐다. 그러나 세금을 집값 안정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합부동산세의 경제적 효과 및 향후 정책 방안' 보고서에서 종부세를 주택가격 안정화 도구로 활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장 급등락에 따라 세율과 제도를 빈번하게 바꾸면 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오히려 시장 변동성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기존 연구에서도 보유세의 주택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분석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종부세를 단기적인 시장 대응책으로 반복해서 손질하기보다 조세 형평성 등 세제 본연의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태우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진 변화는 한국 부동산 세제에 두 가지 유산을 남겼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보유세의 틀과 집값이 급등하면 세금을 높여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 방식이다.

종부세의 탄생은 이 두 흐름이 만난 결정적 장면이었다. 이후 정권마다 세율과 과세 대상은 달라졌지만 '집값이 뛰면 세금을 조인다'는 공식은 한국 부동산 정책에서 반복해서 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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