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톡!] 가업상속 역행하는 ‘상속세 개정’

입력 2026-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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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 노하우와 숙련된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는 힘.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승계되어야 장기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1987년 11월 28일, 조세감면규제법 제67조의9로 처음 신설되었다. 신설 당시에는 피상속인의 가업 영위 기간 5년 이상, 공제한도 1억원, 사후관리 기간 5년이라는 비교적 명확하고 간결한 구조였다. 이후 시대적 변화와 기업 환경의 요구에 맞춰 가업 영위 기간은 15년, 10년으로 조정되었고, 공제한도는 30억원에서 최대 600억원까지 확충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사후관리 기간 역시 10년에서 5년으로 합리화되며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공제한도와 요건이 완화되고 현실화되어 온 것은 단순한 세제 혜택을 위해서가 아니다. 가업승계가 곧 기술 이전이자 일자리 보전이라는 시대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026년 8월 3일 발표된 상속세 세법개정안 중 가업상속공제 관련 개정안은 이러한 제도의 본래 취지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어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첫째, 현실을 외면한 30년 경영 요건. 개정안은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요건을 기존 10년에서 무려 30년으로 3배나 늘렸다. 통계청의 산업별 신생기업 생존율에 따르면 국내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약 34% 수준에 불과하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10년, 20년을 살아남기조차 버거운 것이 오늘날 기업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일한 기업을, 그것도 세세분류 기준으로 30년 동안 경영해야만 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은 사실상 제도를 이용하지 말라는 선언과 다름없다.

둘째, 조세법률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민관 심사제도. 전문기술 및 경영 노하우 보유 여부를 민관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하여 대상 기업을 선정하겠다는 방안 역시 부작용을 예고한다. 세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과연 국세청과 외부 위원회가 단기간에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객관적 기준 대신 주관적 평가가 개입되는 순간, 세법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무수한 불복과 분쟁만 양산될 것이다.

셋째, 변화를 막는 시대착오적 업종 제한. 현재도 업종변경 제한 때문에 제조업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등 신기술·신산업 분야로 진출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 업종을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세세분류) 제한하는 것은 기업에게 급변하는 시장에 적응하지 말고 과거에만 멈춰 있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30년 경영 요건, 업종 및 토지 제한, 사후관리간 확대 등은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을 것이다. 승계를 포기한 기업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며, 끝내는 매각이나 폐업의 길을 택하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와 국가 경제의 역동성 저하로 돌아온다.

가업상속공제는 특혜가 아니라 기술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국가적 투자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법안 수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강정호 세무법인 센트릭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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