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상담원 연결 복잡해져 전화 끊기도 일쑤

“죄송합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인공지능(AI) 상담원에게 부정확한 발음이나 어순으로 문의하면 듣게 되는 안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지난해 AI 상담 이용 경험이 있는 전국 18세 이상 남녀 7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2%가 AI 상담에 불만족했다. 불만 이유로 AI가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람 상담원 연결 과정이 복잡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AI 상담은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람 상담원을 찾아 ‘디지털 미로’를 헤매다 전화를 끊는 일이 부지기수다. 아직 식당·카페 키오스크에도 적응을 못 했는데, 금융기관 상담원도 AI로 바뀌었다. 이런 세상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고령층에겐 도전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취약성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를 보면, 일반 국민 대비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접근 수준은 지난해 95.4%까지 올랐으나, 역량 수준은 56.2%, 활용 수준은 75.6%에 그쳤다. 고령층 내에서도 격차 큰데, 70대 이상은 접근 수준이 90.7%나 역량 수준은 29.4%, 활용 수준은 51.8%에 머물렀다.
역량·활용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빠른 기술 변화는 고령층의 적응력을 더 떨어뜨린다.
비슷한 사례로 키오스크 도입이 있다. 키오스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 등 형태로 처음 등장했다. 초기 키오스크 용도는 주로 단순한 서류 발급, 현금 출납 등이었다. 대면창구 과밀을 해소하는 목적이었기에, 그 자체가 대면창구 축소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2015년 전후부터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터치스크린 방식의 주문용 키오스크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0년대 말에는 식당·카페 전반에 키오스크 도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인 2020년 이후에는 무인 매장과 무인 숙박업소 등이 확산했다. 키오스크가 ‘대면 응대’를 대체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4~5년이다. 이 과정에서 고령층은 철저히 소외됐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AI 상담은 그 연장선이다. 최근 유럽연합(EU) 등에서 AI 기반 고객 응대 시 ‘소비자의 선택권과 탈출구 보장’을 주요 쟁점으로 다루는 상황과 대비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고령층의 소외·차별 문제를 개선하고자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고령층 디지털 정보 활용 역량 강화와 활용이 쉬운 디지털기기 개발·보급 확대, 아날로그 방식 병행, 디지털 헬프데스크 운영 등을 권고했으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생성형 AI 출시 이후 서비스 이용 및 민원에서 디지털 전환은 더 가팔라졌다.
입법도 지지부진하다. 현재까지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과 관련한 입법 논의는 주로 ‘사이버범죄’ 피해자로서 디지털 취약계층에 교육·경비 등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