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입찰보증금에 판관비 부담까지“

서울 재건축 핵심지인 양천구 목동에서 예상과 달리 대형 건설사 간 치열한 수주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14개 단지, 30조원 규모의 대형 시장이 열려 수주할 사업지가 많은 데다 수백억원의 입찰보증금과 경쟁 수주에 따른 판관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굳이 정면승부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각자 핵심 사업지를 정해 경쟁을 피하고 수주 가능성이 높은 곳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5곳은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각자 관심 사업지를 정하고 수주 채비에 들어갔다. 이들은 각각 13단지, 10단지, 8단지, 12단지, 14단지를 중심으로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 재건축은 예상 공사비만 30조원, 가구 규모는 5만 가구에 달해 대형 건설사 간 치열한 수주 경쟁이 전망됐다.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다르다. 가장 속도가 빠른 목동6단지에서는 DL이앤씨가 두 차례 단독 입찰에 참여하면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6단지는 1900가구 규모로 예정 공사비만 1조2122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지지만 경쟁이 성사되지 않았다.
목동13단지도 삼성물산의 무혈입성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른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아 삼성물산의 단독입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목동13단지 재건축은 양천구 신정동 327일대를 정비해 총 3284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2조3762억원이다. 조합은 9월 7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3단지는 우리의 재무건전성과 브랜드 파워를 원하는 수요가 강하다”며 “2호선 양천구청역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 부지 형태도 반듯해 특화설계를 통한 랜드마크 조성이 가능해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8·11·14단지를 검토하는 가운데 우선, 8단지를 중심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8단지 재건축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GS건설 등이 참여했지만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단독입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8단지 재건축 사업을 위해 설계·엔지니어링 기업 ARUP과 조경설계 그룹 슈퍼매스스튜디오와 협업해 차별화된 설계안 마련에 착수했다”며 “써밋 브랜드 내부 심의 기준에 부합하는 핵심 특화설계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은 12단지를 중심으로 2·4·9·11단지를, DL이앤씨는 6단지 수의계약에 이어 14단지 등 다른 사업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10단지를 주요 사업지로 보며 다른 단지 참여를 고려 중이다.
업계는 목동 내 다른 사업지에서도 경쟁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사업지에서는 대형 건설사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쟁을 피하는 배경에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 수주에 뛰어들 경우 홍보비와 대안 설계 비용 등으로 수백억원이 판관비로 투입된다”며 “수주에 실패하면 이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만큼 출혈 경쟁에 나서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목동 재건축 사업지의 높은 입찰보증금도 부담이다. 단지별 입찰보증금은 △8단지 700억원 △10단지 600억원 △12단지 800억원 △13단지 900억원 수준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목동에서 2개 단지를 수주하려면 입찰보증금만 최소 1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며 “입찰에 참여한 뒤 계약까지 진행되면 해당 자금이 상당 기간 조합에 묶이는 만큼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