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이번 전당대회는 위험했다"…DJ 추도문에 꺼낸 '토마스 모어'

입력 2026-08-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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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패배 하루만에 SNS 등판…"권력 수렴식 단합" 겨냥, 실명은 없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두고 "위험했다"고 평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추도 형식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김대중 대통령님을 추도하며' 글. 추 지사는 이 글에서 8·17 전당대회를 "위험했다"고 평가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김대중 대통령님을 추도하며' 글. 추 지사는 이 글에서 8·17 전당대회를 "위험했다"고 평가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추 지사는 이날 '김대중 대통령님을 추도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위험했다"며 "내부를 향한 공격과 적대시는 제 몸을 향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과 같았다"고 적었다. 전당대회가 끝난 지 하루 만이자, 추 지사가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혔던 정청래 후보가 패배한 다음날이다.

글의 절반가량은 김 전 대통령의 세례명인 '토마스 모어'를 설명하는 데 할애됐다. 추 지사는 헨리 8세가 모어의 신앙을 침해하고 굴종을 강요하자 모어가 침묵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신앙과 정치적 입장을 지켰고, 헨리 8세는 그 침묵을 문제 삼아 반역죄로 기소한 뒤 참수했다고 서술했다.

저항이 아니라 침묵이 처벌 대상이 된 대목을 상세히 기술한 점에서, 당내 이견을 대하는 태도를 겨냥한 비유로 읽힌다.

추 지사는 이어 "행동하는 양심은 굴종의 반대편"이라며 "사유와 비판 능력이 사라지면 민주주의도 생기를 잃는다"고 했다.

글은 "권력수렴식 단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양심에 기반한 집단지성과 사유가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래를 가꾸는 힘이 될 것"이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특정 인물이나 계파를 거명하지는 않았다.

'단합'을 둘러싼 인식차는 하루 사이에 드러났다. 김민석 신임 대표는 전날 수락연설에서 "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뛸 것"이라며 당·정·청 일치를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다.

새 지도부가 통합과 결속을 전면에 내세운 상황에서, 추 지사는 같은 개념을 경계 대상으로 언급한 셈이다.

전당대회 결과에도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 김 대표는 최종 득표율 54.08%로 정 후보(45.92%)를 8.16%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30% 비중의 대국민여론조사에서는 1.4%포인트 뒤졌다.

승부를 가른 것은 대의원 투표였다. 당원과 대의원, 여론의 표심이 일치하지 않은 전당대회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글에는 새 지도부에 대한 축하나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언급이 담기지 않았다. 집권당 소속 최대 광역단체장이 전당대회 다음날 지도부 언급 없이 전당대회 자체를 평가한 것이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방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 지사는 경선이 한창이던 이달 중순에도 검찰개혁의 순서가 뒤바뀌고 프로세스가 지체됐다며 "좌고우면해온 태세로는 나머지 개혁을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고 썼다.

당시에도 실명 언급은 없었으나 김민석 당시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왔고, 김 후보 측은 "경기도 재정부터"라고 맞받은 바 있다.

경선 과정의 앙금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관측은 전당대회 현장에서도 제기됐다. 새 지도부가 무대에 올라 손을 맞잡고 들어올릴 때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최민희 의원은 손을 잡지 않은 채 꽃을 든 한 손만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김 대표와 정 전 대표, 송영길 의원을 초청해 당 통합과 국정협력을 위한 만찬을 갖는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3명이 초청 대상으로, 추 지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추 지사의 발언이 주목되는 배경에는 그의 신분도 있다. 경기도는 7조원대 채무와 7700억원 규모 감액추경을 안고 있으며, 추 지사는 이달 초 재정비상을 선언했다. 국비 확보와 당정 협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경선 기간 경기도의 재정 압박을 함께 덜어야 한다며 반도체 세입의 도 전체 배분과 경기북부 보상적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추 지사와 당의 관계설정이 경기도 재정현안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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