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버티고 트럼프는 급하고…美, 또다시 ‘경제전쟁’으로 선회 [미·이란 협상시한 종료]

입력 2026-08-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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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간선거 앞두고 고유가 부담 가중
패트리엇·사드 재고 감소에 공격도 한계
호르무즈 통항 막아 시간 버는 이란
中 정유사·금융기관 2차 제재 유력
“제재망 피해 새 거래처”…두더지 잡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뉴욕주 낫소카운티 가든시티의 데이비드 S. 맥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가든시티(미국)/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뉴욕주 낫소카운티 가든시티의 데이비드 S. 맥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가든시티(미국)/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다시 ‘경제전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역설적인 선택이다. 그는 지난 2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적 압박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을 전쟁의 명분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하지만 폭격과 해상 봉쇄, 협상까지 동원하고도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하자 다시 경제 제재에 기대게 됐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3일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국가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킨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조치”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튿날 이란에 강력한 경제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공언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와 전쟁 장기화에 대한 미국 내 불만이 커진 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다급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군사적 압박을 더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에도 항복할 것이란 보장이 없는 데다 5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미군의 핵심 무기 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패트리엇과 사드(THAAD) 등 핵심 요격미사일 재고 감소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CSIS는 지난달 말 분석에서 이란 전쟁으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가 전쟁 전 대비 최소 65% 감소했고, 사드는 38%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이란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틀어쥔 채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전쟁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했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은 사실상 고사 상태에 접어들었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 집계 결과 지난 15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화물선은 5척에 그쳤다. 16일에는 단 한 척도 없었다. 2월 전쟁이 시작하기 전만 해도 이 해협을 오가는 선박은 하루 130척이 넘었다.

이 여파에 국제유가와 미국 휘발유 가격도 뛰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4일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약 4.08달러로 1년 전보다 29%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란전이 오히려 미국인의 주유비 부담을 키운 셈이다. 민주당도 이를 11월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꺼낼 수 있는 경제 제재 카드를 상당 부분 사용했다는 점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이란과 관련해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과 선박, 항공기는 1000개가 넘는다. 이란의 ‘그림자 선단’과 해운 보험사, 무기 조달을 지원한 개인·기관 등을 겨냥했고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 5000억달러(약 707조75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도 동결했다.

결국 추가 압박의 칼끝은 중국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원유 고객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은 이란이 해상으로 수출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사들였다. 특히 ‘티포트(teapot)’로 불리는 중국 독립계 정유업체들이 상당량을 소화한다.

이에 따라 중국 독립계 정유사와 이란의 원유 거래를 지원하는 중국·홍콩 금융기관에 대한 2차 제재 강화가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의 상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중국 대형 금융기관까지 제재할 경우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 제한 등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아예 이란의 육로까지 막는 강경책도 거론된다. 이란에 대한 육상 봉쇄를 하려면 국경을 맞댄 이라크와 튀르키예,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식량과 에너지, 섬유 등의 유입을 차단해 이란 경제에 추가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만큼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경제적 고통이 커진다고 해서 이란 지도부가 단기간에 백기를 들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핵 프로그램과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이란에 제재를 가해왔지만, 이란은 새로운 기업과 거래망을 만들어 제재를 우회해왔다. 브렛 에릭슨 옵시디언리스크어드바이저스 대표는 로이터에 “제재를 받은 기업이 사라져도 이란은 이를 대체할 새로운 계속 만들어낸다”면서 “미국의 제재는 이란의 행동을 바꾸지 못한 채 사실살 ‘두더지 잡기(whack-a-mole)’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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