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당초예산에서는 변화가 더 선명하다. 2월 23일 공시 기준 보조금은 16조5797억 원, 지방세는 16조633억 원이다. 보조금이 지방세보다 5164억 원 많다. 경기도가 공개한 최근 5년 자료에서 보조금이 지방세보다 많은 해는 올해뿐이다.
1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선언한 ‘재정비상’을 둘러싼 논쟁은 채무 규모 하나보다 경기도에 돈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지를 함께 볼 때 더 분명해진다.
다만 올해 당초예산은 추 지사 취임 전 편성·의결됐다. 현재 수치를 민선 9기 출범 이후 재정 운용의 성과나 책임으로 연결하기보다, 새 도정이 넘겨받아 9월 감액 추경과 2027년 본예산에서 손질하게 될 재정구조의 출발점으로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살림 5조7489억 커졌는데…지방세는 1조813억 줄었다
2022년 경기도 일반회계는 29조9755억 원이었다. 올해 당초예산 기준으로는 35조7244억 원이다. 4년 사이 5조7489억 원 늘었다.

지방세는 반대로 움직였다.
2022년 17조1446억원에서 올해 16조633억원으로 1조813억원 감소했다. 일반회계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20%에서 44.96%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보조금은 11조5366억원에서 16조5797억원으로 5조431억원 늘었다. 올해 일반회계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41%다.
살림의 덩치는 커졌지만 지방세가 차지하는 몫은 줄고 보조금의 몫은 커진 것이다.
보조금 증가 자체를 재정 악화로 해석할 수는 없다. 정부 사업을 많이 확보해도 보조금은 늘어난다. 다만 보조사업은 사용처가 정해져 있고 사업에 따라 도비와 시·군비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
경기도 재정혁신TF가 국고보조·매칭사업을 국비 확보액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향후 지방정부가 실제 부담해야 할 재정까지 함께 따지는 방안을 제시한 배경이다.
△ 지방세·보조금·복지…나란히 선 ‘16조원대 세 숫자’
나가는 돈에서는 사회복지의 무게가 커졌다.
올해 사회복지 세출예산은 16조6264억원으로 일반회계의 46.54%를 차지한다. 분야별 세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022년 11조6308억원과 비교하면 4조9956억원 늘어난 수치다. 비중도 38.80%에서 46.54%로 높아졌다.
올해 당초예산의 세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구조 변화가 더 쉽게 읽힌다.
지방세 16조633억원, 보조금 16조5797억원, 사회복지 16조6264억원.
사회복지예산은 지방세 세입예산보다 5631억원 크다. 다만 이는 세입과 세출의 규모를 비교한 수치일 뿐 지방세가 사회복지비에 직접 대응된다는 뜻은 아니다.
읽어야 할 지점은 방향이다. 자체 세입의 중심인 지방세는 4년 전보다 줄었고, 가장 큰 지출 분야인 사회복지는 5조원 가까이 늘었다.
추 지사가 재정 비상선언에서 취득세 중심의 세입구조와 복지지출 증가를 함께 거론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원에서 올해 약 8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재정자립도 55.7%→44.4%…높이는 평균 위, 하락폭은 컸다
돈의 구성 변화는 재정자립도에서도 나타난다.
경기도 재정자립도는 2022년 55.7%에서 2023년 51.9%, 2024년 45.4%, 2025년 45.4%, 올해 44.4%로 낮아졌다. 4년간 11.3%포인트 떨어졌다.
동일 유형 지방자치단체 평균도 같은 기간 37.5%에서 32.3%로 하락했지만 경기도의 낙폭이 더 컸다.
재정자주도 역시 2022년 56.3%에서 올해 44.42%로 내려왔다.
그러나 현재 수준 자체까지 낮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올해 경기도 재정자립도 44.40%는 동일 유형 평균 32.27%보다 높고, 재정자주도 44.42%도 유형평균 42.02%를 웃돈다. 경기도 재정공시도 두 지표를 유형평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설명한다.
현재 수준은 평균보다 높지만 최근 떨어진 폭은 크다.
경기도 재정을 놓고 당장 법정 재정위기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와 세입구조를 미리 손봐야 한다는 경고가 동시에 나오는 배경이다.
△채무비율은 유형평균 수준…증가속도·상환부담은 더 높았다
채무도 한 숫자로만 보면 전체 흐름을 놓칠 수 있다.
2024회계연도 재정운영을 대상으로 한 재정분석에서 경기도 관리채무비율은 10.01%로 동일 유형 평균 10.15%와 비슷했다.
반면 관리채무증감률은 12.40%로 전국평균 4.97%, 유형 평균 8.86%보다 높았다.
향후 채무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관리채무상환비율도 8.39%로 전국평균 3.52%, 유형 평균 6.47%를 웃돌았다.
채무비율 자체는 유형 평균 수준이지만 증가속도와 상환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는 평균보다 높았던 셈이다.
모든 지표가 한 방향으로 악화한 것은 아니다. 올해 당초예산 기준 통합재정수지는 4855억원 적자로, 2025년 1조7596억원 적자보다 적자 폭이 줄었다.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 역시 하락했지만 유형 평균은 웃돈다.
공식 재정자료만 놓고 경기도의 재정 상황을 ‘문제없다’거나 반대로 모든 지표가 위험하다고 단순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당초 지방채 5202억→ 1회 추경 7180억…2월 이후 숫자도 움직였다
기준 시점도 중요하다.
지방세 16조633억원과 보조금 16조5797억원, 재정자립도 44.40%는 모두 2월 당초예산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이후 1회 추가경정예산에서 재정구조는 다시 변했다.
경기도의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1회 추경 지방채 발행 요구액은 기존 5202억원보다 1978억원 증가한 7180억원이다.
따라서 2월 재정공시는 올해 경기도 살림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자료다. 8월 현재 재정 상황 전체를 그대로 나타내는 숫자는 아니다.
추 지사가 5일 재정비상을 선언한 뒤 9월 감액 추경을 예고한 만큼 다음 단계에서는 당초 예산→1회 추경→감액 추경으로 이어지는 세입과 세출의 변화가 핵심 점검 대상이 된다.
△여야 진단은 달라도…추경의 질문은 ‘무엇을 지킬 것인가’
지역정가에서는 재정상황의 원인을 놓고 시각차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취득세 중심의 세입 구조와 법인지방소득세 배분, 보통교부세 등 제도적 문제에 무게를 둔다. 안광률 민주당 대표의원은 경기도 재정 여건이 '엄중하다'며 구조적 문제를 실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임 도정의 재정운용 책임을 강조한다.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민선 7·8기 동안 구조적 해법보다 '단기 성과'와 '일회성 지출'에 치중했다고 주장했다.
원인 진단에는 차이가 있지만 9월 추경에서는 결국 어떤 사업을 조정하고 어떤 민생·안전 사업을 지킬 것인지가 도와 도의회의 실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추 지사도 재정비상선언에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에 필요한 예산은 지키고 일회성·불요불급 사업과 반복적인 연구용역·민간위탁 등을 다시 살피겠다고 밝혔다.
△ 숫자에서 예산으로…8월 말 대책, 9월 7700억 추경
경기도는 후속작업에 들어갔다.
재정혁신TF는 △안정적 지방세입 기반 확충 △재정운영 혁신 △지방재정제도 개혁 △재정 건전성 강화 등 4개 분야 16개 과제를 제시했다. 경기도는 별도의 재정위기 극복전략 TF를 통해 8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9월에는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경안이 경기도의회 심사대에 오른다. 추 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8월 말 재정 대응 종합대책을 마련한 뒤 9월 추경과 2027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 지방재정제도 개편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