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우 “마술사로 산지 30년, 운명 같아...새로운 마술 끊임없이 도전”[문화人터뷰]

입력 2026-08-18 17:41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데뷔 30주년 ‘FaTe’·‘LEGACY’ 두 무대…새로운 실험·30년 마술 집약
“마술 덕질은 40년 가까이”…공연 위해 독서·피아노·미술 등 끊임없이 공부
관객 반응으로 공연 다듬고 AI에 트릭 검증…“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길”

마술사가 된 지는 30년이지만 마술을 ‘덕질’한 건 그보다 훨씬 오래됐죠.
지금도 마술은 진짜 재미있어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마술사 최현우에게 마술은 직업과 취미를 구분하기 어려운 ‘운명’에 가깝다. 데뷔 30주년을 맞았지만 새로운 마술을 위해 책과 논문을 읽고 피아노와 미술까지 배운다.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의 공연을 다듬는다.

30년간 쌓아온 그의 마술은 올해 ‘FaTe(운명)’와 ‘LEGACY(유산)’라는 두 공연으로 집약됐다. 하나는 지금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최현우의 현재를, 다른 하나는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최현우는 최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마술에 관심을 가진 때부터 따지면 40년 가까이 된 것 같다”며 “지금도 다른 이의 마술 공연을 보다 보면 ‘어떻게 인간이 이런 생각을 하고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피아노·미술에도 도전…“직업의 깊이 더하려면 공부해야”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최현우의 30년을 관통하는 습관 가운데 하나는 공부다. 공연에 필요한 것이 생기면 전혀 다른 분야라도 직접 배운다.

그는 “앞서 ‘OBJET(오브제)’ 공연에서 피아노를 쳤는데 그 하나를 하려고 6~7년을 배웠다”며 “최근에는 새 공연을 위해 미술도 배웠다”고 말했다.

책과 논문도 꾸준히 읽는다. 심리학과 뇌과학까지 공부 영역을 넓혀 카이스트 연구진과 책을 쓰고 이를 공연 ‘더 브레인’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최현우는 “결국 어떠한 직업을 가지든 그 직업의 깊이를 더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라며 “공부는 평생에 걸쳐 삶의 프레임을 넓히고 생각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공부의 목적은 마술을 단순한 ‘트릭’이나 장치로 보지 않게 하는 데도 있다. 최현우는 “마술이 단순히 트릭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인간이 어떻게 눈과 뇌에서 속임을 당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마술에는 생각보다 인간의 심리와 뇌과학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에게는 마술과 별도로 떼어놓을 만한 취미도 많지 않다. 마술 자체가 여전히 가장 큰 취미이기 때문이다.

굳이 삶과 마술을 분리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마술을 덕질하듯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역시 마술에서 완전히 벗어난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최현우는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느냐보다 내가 무엇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다”며 “24시간 정답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면 일상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답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계속 변화해야 낡지 않는다”…관객·AI와 함께 다듬은 마술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30년 동안 최현우의 마술을 바꿔온 또 하나의 축은 관객이다. 그는 마술을 ‘대중예술’이라고 강조한다. 마술사가 아무리 완벽하다고 생각한 장면이라도 실제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무대에 올려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30주년 공연 FaTe 제작 과정에서는 처음으로 ‘워크 인 프로그레스’ 방식도 도입했다. 완성되지 않은 공연을 관객에게 먼저 공개하고 반응을 확인해 본 공연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최현우는 “FaTe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 것이어서 세상에 없던 마술”이라며 “기존 마술은 다른 마술사들이 해온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되는 반응이 있지만 이번에는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워크 인 프로그레스가 훨씬 필요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검증하는 데 AI도 활용됐다. 최현우는 “이번 공연은 시놉시스를 AI에 집어넣고 트릭을 찾아보라고 한 뒤, AI가 맞힌 마술은 아예 빼버렸다”며 “AI의 추론이 틀려야 ‘오케이, 통과’ 하는 식이다. 관객들이 공연을 본 뒤 AI에 물어봐도 답을 찾지 못하게 확실히 검증하고 무대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AI가 그림과 영상, 음악을 만드는 시대에도 최현우는 마술이 가진 가능성을 믿는다. 그는 “화성 이주를 논하는 시대가 됐지만 인간은 여전히 신비로운 것에 끌린다”며 “아인슈타인도 신비로움을 느끼는 마음이 과학과 예술의 뿌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마술의 트릭을 의심하는 것조차 알 수 없는 것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놀라움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그는 관객들이 마술로 신비로움을 다시 감각하고 그 놀라움이 새로운 창의성으로 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관객과의 소통은 공연장 밖에서도 이어진다. 숏폼과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 직접 릴스를 만들고 온라인 게임까지 해보며 젊은 세대가 무엇을 보고 즐기는지 익힌다.

최현우는 중학생과 온라인 게임을 하다 자신을 ‘유튜브에서 유명해져 TV에 나온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TV가 아닌 유튜브와 숏폼으로 인물을 처음 접하는 세대가 커졌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그는 “사람들과 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며 “낡은 사고에 젖어 있지 않도록 내 안의 틀을 계속 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 빛나는 마술 아닌 ‘오케스트라’로…최현우가 남길 유산

최현우가 데뷔한 30년 전과 지금 한국 마술계의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젊은 마술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마술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그에게 가족의 반대 역시 거셌다. 이제는 마술사뿐 아니라 마술을 설계하는 빌더 등 전문 인력도 국내에서 성장하고 있다.

최현우는 “내가 처음 마술을 한다고 했을 때는 젊은 마술사가 아예 없던 시절이었고 집에서도 쫓겨났다”며 “지금은 장기 공연을 한 달씩 해도 많은 분이 찾아오시는 것을 보면 마술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후배 마술사뿐 아니라 마술을 만드는 크리에이터 등 무대 뒤 사람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최현우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술과 관련한 전문인력들이 계속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더 이상 해외 팀에 의존하지 않는 생태계가 한국에서도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마술사를 홀로 빛나는 존재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많은 분이 마술이라는 장르를 굉장히 솔로 플레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내가 생각하는 마술은 오케스트라에 가깝고 나는 그 안에서 지휘를 하는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후배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정답으로 가르치려 하지는 않는다. 젊은 시절 제자로서 만난 일본의 국민 마술사 미스터 마릭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네 예술이 나에게 종속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최현우는 “후배들에게 ‘이 길이 옳다, 이게 정답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들이 나와 다른 색깔을 낼 때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가진 삶 속에서 계속 작품을 만들고 마술에 대한 애정을 갖는 삶의 태도는 보여주고 싶다”면서도 “‘마술은 무엇이다’라고 얘기하면서 후배들의 예술에 영향을 주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FaTe’와 ‘LEGACY’…30년에도 “완성은 없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가 FaTe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플레이)

데뷔 30주년을 맞은 최현우는 기념 공연을 FaTe와 LEGACY 두 작품으로 나눴다.

FaTe는 최현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 만든 마술과 멘탈리즘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기존 마술의 문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담았다면 LEGACY는 대형 일루전 등 온 가족이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마술을 중심으로 그간 축적한 무대를 선보인다.

두 공연으로 나눈 데는 과거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빌리브: bELIEvE’ 공연 당시 1부는 일반 마술, 2부는 멘탈리즘으로 구성했으나 어린 관객들이 심리 중심의 멘탈리즘에 집중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이후 성인 전용 마술쇼 ‘아판타시아’를 거치며, 자신이 시도하고 싶은 실험적 무대와 대중이 직관적으로 즐기는 무대를 명확히 분리하기로 한 것이다.

30년 동안 한 분야를 파고들었지만 최현우는 자신의 마술을 ‘완성’됐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는 “완성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오만하다고 생각한다”며 “내일이 오늘보다 나았으면 좋겠고 내년 작품이 올해 작품보다 나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살아간다”고 강조했다.

최근 막을 내린 공연 ‘APHANTASIA(아판타시아)’ 전체 실황을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미 성공한 작품을 붙잡기보다 스스로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위해서다.

최현우는 20대 시절 스승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주목받는 순간은 하루만 즐기고 다음 날이면 잊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 ‘내가 옛날에 말이야’라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게 될 수 있다”며 “예술이라는 것은 앞을 부수는 사람이지 뒤를 보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자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안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다 공개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30년 전 젊은 마술사조차 드물던 시절 무대에 오른 최현우는 이제 관객과 함께 공연을 만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마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다음 목표를 묻자 거창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그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이유도 결국 같다. 무대에 오래 서고 문제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마술을 계속하기 위해서다.

마술사로 살아온 30년은 최현우의 ‘운명’이 됐다. 그 운명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관객에게 답을 구하며 새로운 마술에 도전하는 것. 그가 앞으로 써 내려갈 ‘유산’도 그 길에 있을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북러 군사 전문가 “北, 우크라서 드론전 진화하는데…한미훈련 축소, 대비태세 공백 우려”
  • 태풍 뒤끝? 거제 900㎜ 폭우…남해안 극한 호우 또 오나 [이슈크래커]
  • “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축소 배경엔 한국 대미투자 이행 속도 불만”
  • "최장 11일 쉰다"…9월·10월 황금연휴 계획 짜기 [그래픽]
  • 7월 서울 주택 매매 상승률 확대⋯전·월세 소폭 둔화
  • 홈플 재개장, 닷새간 매출 437억원...영업중단 전보다 191% 증가
  • AI 호황에 곳간 두둑해진 대만…전 국민에 ‘현금 44만원’ 쏜다
  • 추석 전 지급되는 지자체 민생지원금 일정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924,000
    • +0.69%
    • 이더리움
    • 2,689,000
    • -0.07%
    • 비트코인 캐시
    • 287,000
    • -0.97%
    • 리플
    • 1,407
    • -0.5%
    • 솔라나
    • 108,100
    • +0.84%
    • 에이다
    • 247
    • +0.41%
    • 트론
    • 468
    • +0.65%
    • 스텔라루멘
    • 218
    • -2.2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510
    • -3.48%
    • 체인링크
    • 13,340
    • -0.82%
    • 샌드박스
    • 54.8
    • -1.7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