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모펀드운용사(PE) 한앤컴퍼니는 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간 조 단위 선대 포트폴리오 맞교환(리밸런싱)을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한앤코는 2014년 한진해운 전용선 사업부를 영업 양수도해 에이치라인해운을 설립했다. 이어 2016년 현대상선(현 HMM) 벌크선 사업부를 합쳐 몸집을 키웠다. 2018년에는 SK해운 경영권까지 인수했다. 운임 변동에 민감한 스팟(Spot) 사업 대신, 안정적인 장기 운송계약 위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양사 모두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선대 리밸런싱은 두 회사가 핵심 역량에 집중해 중장기 경쟁우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구체적으로 SK해운은 에이치라인해운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6척을 받고, 그 대가로 유조선 12척과 현금 약 3억달러를 이전한다. 현재 화주와 대주단의 동의를 받고 있으며, 거래 종결 후 SK해운의 자산은 약 11조원, 에이치라인해운은 약 5조원 규모가 된다. 양사 모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유의 전문성을 지닌 해운사로 재탄생한다.
특히, SK해운은 LNG 및 액화석유가스(LPG) 등 가스선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클린 에너지’ 운송 경쟁력을 제고한다. LNG 운반선 32척을 운항하는 아시아 최대이자 글로벌 3위권 LNG 선사로 도약한다. LPG 운반선도 14척 보유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도 가스선사가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LNG 선사의 탄생을 기념해 사명을 ‘K-LNG’로 변경할 계획이다.
한앤코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K-LNG(SK해운)의 장기 성장 전망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영국 에너지 메이저 쉘(Shell)은 2040년 전 세계 LNG 수요가 2025년 대비 최대 68%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해상 에너지 교역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2050년 약 30%로,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AI 데이터센터 확장 등으로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안정적이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에너지원의 공급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이번 리밸런싱을 통해 국내외 화주와 장기 운송계약이 체결된 유조선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넓힌다. 우리나라가 원유 수입 전량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가운데, 최근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원유 등 해상 운송이 국가 에너지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기존 건화물(Dry bulk)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PCTC)에 유조선 포트폴리오를 추가하며 국내 우량 화주 비중이 한층 확대된다. 향후 국내 화주와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핵심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원유·원자재 운송을 통한 에너지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국내 화주 특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리밸런싱은 PEF가 주도해 ‘한국 경제의 핵심 인프라’ 기업을 탄생시킨 드문 사례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들 해운사는 한앤코 인수 당시에는 재무적 위기를 겪고 있었다. 에이치라인해운의 모태인 한진해운은 훗날 파산했고, 현대상선도 이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였다. SK해운 역시 인수 당시 높은 부채비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한앤코 인수 후 선제적인 투자와 사업 전략 재편 등을 통해 두 회사 모두 최상위권의 수익성을 갖춘 ‘글로벌 챔피언’으로 성장했다. 최근 PEF의 단기 투자 및 경영 부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한앤코는 특정 산업에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며 경영 전문성을 쌓았다. 그 결과 재무적 턴어라운드는 물론,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의 성장까지 이끌었다.
성과는 실적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에이치라인해운의 영업이익은 설립 직후인 2015년 1273억원에서 2025년 3694억원으로 2.9배 상승했다. 2025년 영업이익률은 약 28%로 업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1895억원에서 7538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SK해운 영업이익 역시 인수 당시인 2018년 733억원에서 2025년 5040억원으로 6.8배 뛰었다. 같은 기간 EBITDA도 2317억원에서 7811억원으로 약 3.4배 늘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