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입법 폭주의 피해자는 국민

입력 2026-08-13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1년도 안 돼 세상이 급변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 강행 처리돼 올해 3월 시행됐고, 남아있던 검찰의 직접 수사권(보완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달 강행 처리돼 10월 시행된다. 정부·여당은 노조법 개정안을 ‘노·사 상생법’, 형소법 개정안을 ‘검찰개혁의 완성’으로 평가한다.

결과를 보자. 개정 노조법 시행 후 노·사 현장에선 분쟁이 속출한다. 노동계는 법원에서 일관되게 임금성이 부정된 경영성과급을 빌미로 파업을 시도하고, 기업 투자까지 교섭 의제로 다루자고 한다. 형소법 개정안은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과거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했던 검찰은 수사권 남용과 편파 수사·기소로 비판받았다. 경찰은 조직 규모가 검찰의 10배가 넘고, 중앙에 의한 지방조직 통제·관리가 느슨하다. 유착과 청탁에 의한 일탈·비위에 더 쉽게 노출된다.

‘더 나쁜’ 법을 고른다면 단연 형소법이다. 그나마 노조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이견이 적었다. 각론에는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반면 형소법 개정안에는 국민 3명 중 2명이 반대했다.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조차 다수가 보완 수사권 유지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됐다. 의석수를 무기로 한 강행 처리로 절차적 정당성이 빈약한데, 내용적·사회적 정당성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

빈약한 정당성은 정책의 안정성을 흔든다. 형소법 개정에 반대했던 진영에선 수사 지연·부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경찰의 무능을 부각하고, 검찰 수사의 당위성을 강조할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형소법 재개정 논의로 이어질 것이다. 일단 이재명 정부 임기에는 국민의힘이 200석을 확보하지 않는 한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형소법 재개정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이후다. 민주화 이후 단일 정치집단이 가장 오래 집권했던 게 10년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그게 언제든 형소법은 원상복구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당성 없이 강행됐던 정책들은 끝이 한결같았다. 박근혜 정부가 강행했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공정인사·취업규칙 지침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행 추진됐던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폐지와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백지화는 윤석열 정부에서 없던 일이 됐다. 이렇게 정책이 강행되고 폐지되는 과정에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 형소법은 더 큰 문제를 지닌다. 원복돼도 검찰이 수사권을 박탈당했던 기간에 비례한 수사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 피해자는 범죄 피해자를 비롯한 일반 국민이 될 것이다.

그나마 보완 수사권 유지를 전제로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설립,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이 이뤄졌다면 정권이 교체돼도 원복이 어려울 것이다. 처리된 개정안만큼 정당성이 빈약하지도 않고 우려되는 부작용이 크지도 않아서다. 이런 수준의 개정안을 원복하려는 시도는 검찰에 다시 독점적 수사·기소권을 주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검찰권을 제한하는 차원에서 보완 수사권 폐지 효과는 유지만 못하다.

이런 정책을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보긴 어렵다. 굳이 따지면 당원들이 만족하는 정책이다. 여론조사 비중이 커졌다곤 하나 정당정치에서 당직자 선출, 공직후보자 선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여전히 당원이다. 국회의원 의석수 3분의 2 이상은 ‘공천이 곧 당선’인 기형적 정치구도에서 국회의원들은 강성 당원만 바라본다. 노조법과 형소법 개정안, 방송 3법, 사법개혁 3법 등도 맥락은 같다.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가장 시급한 개혁은 노동개혁도, 검찰개혁도 아닌 정치개혁과 입법개혁이다. 국민은 정치의 수혜자여야지, 피해자여선 안 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태권V가 현실로”…李 “반도체 다음 먹거리, 7대 SEED로 준비” [종합]
  • AI 낸드 경쟁 판 커진다…삼성·SK, 기술·투자 승부
  • "8월 놓치면 끝?" 청년 통장·패스 혜택 살펴보니 [이슈크래커]
  • 삼성 초기업노조·SK하이닉스 통합노조 접촉…공동 성명 검토
  • 단독 '갑질·예산 유용' 의혹…교육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직무정지
  • 장원영 시구→르세라핌 트레일러까지⋯K팝, 어디까지 진출하는 거예요? [엔터로그]
  • 40% 껑충 뛴 '코스닥 비금속 지수'...비결은 반도체 소부장?
  • '차 전문 카페' 계속 간다면… 헤이티·차지·차백도 순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08.1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9,808,000
    • +0.07%
    • 이더리움
    • 2,657,000
    • +0.19%
    • 비트코인 캐시
    • 299,900
    • -0.5%
    • 리플
    • 1,422
    • -1.25%
    • 솔라나
    • 106,800
    • -0.74%
    • 에이다
    • 257
    • -2.28%
    • 트론
    • 475
    • +0.85%
    • 스텔라루멘
    • 225
    • -1.75%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260
    • +1.3%
    • 체인링크
    • 12,240
    • -0.81%
    • 샌드박스
    • 54.11
    • -4.7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