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3사 노조 여의도 집결…"강제 이전 즉각 중단해야"

입력 2026-08-1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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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기은·수은 직원 2000여명 참여…3사 노조 첫 공동 결의대회
노조위원장들 “국책은행 특수성·과학적 검토 약속 어디 갔나”
직원들 “가족·조직 미래까지 흔들려”…금융공공기관 연대 확대 검토

▲11일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결의대회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인근에 마련된 노조 부스에서 참가자들이 등록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11일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결의대회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인근에 마련된 노조 부스에서 참가자들이 등록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국책은행 3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검토에 반대하며 처음으로 공동 결의대회를 열었다. 퇴근 후 현장을 찾은 직원 약 2000명은 붉은색 ‘단결’ 머리띠를 두르고 “국책은행 뒤흔드는 졸속이전 결사반대”를 외쳤다.

1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지부·기업은행지부·수출입은행지부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9월 전후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 소재 국책은행도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행사 시작 전부터 3사 지부별 부스에는 참가자들의 줄이 이어졌다. 정장과 사원증 차림으로 퇴근 직후 현장을 찾은 직원들은 투쟁 머리띠와 손팻말을 받아 들었다. 해가 진 뒤 본행사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국책은행 뒤흔드는 졸속이전 결사반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서 만난 국책은행 직원은 “평소 집회나 콘서트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도 잘 가지 않는 편”이라며 “퇴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곤하지만 지방 이전 논의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아 직접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 쥔 노조위원장들 “약속 파기한 이 대통령 …국책은행 특수성·협력·과학적 검토 어디 갔나"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결의대회에서 류장희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지방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결의대회에서 류장희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지방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노조위원장들은 지방 이전 논의가 국책은행의 특수성과 정책금융 경쟁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장희 IBK기업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금융노조와 더불어민주당이 맺은 정책협약을 거론했다. 그는 “당시 협약에는 국책은행 특수성에 대한 공감, 상호 협력, 과학적 근거 검토라는 세 가지 약속이 있었다”며 “지금 그들에게 공감과 상호 협력이 어디에 있고 과학적인 근거를 검토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인 지방 이전 추진은 “단순한 약속 파기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은주 한국수출입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3대 국책은행은 정부 총 배당금의 70%를 책임지고 있다”며 “정부가 지방 이전으로 더 많은 황금알을 얻겠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려 하고 있다”며 “결국 거위도 죽고 황금알도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준 산업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투쟁을 언급하며 “남들이 다 포기하라고 했을 때도 물고 늘어지고 가열차게 투쟁해 승리했다”며 다시 한번 단결을 강조했다.

직원대표들도 업무 현장과 개인의 삶에 미칠 영향을 호소했다. 강주성 수출입은행지부 부위원장은 “한 건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고객과 대주단을 상대로 수십, 수백 번 회의를 한다”며 “50년에 걸쳐 쌓인 네트워크가 본점 주소 하나 옮긴다고 하루아침에 옮겨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노희진 기업은행 대리는 “작년에 결혼한 신혼”이라며 “본점이 지방으로 가면 주말부부가 돼야 하는지, 집은 어디에 구해야 하는지 주거·가족·미래 계획까지 모두 망가져 버렸다”고 말했다.

정무위원들도 가세…“지방이전 실효성·절차 따져야”

▲11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결의대회에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11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결의대회에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정치권에서도 국책은행 지방 이전의 실효성과 추진 절차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의 집적과 네트워크 기능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책은행의 경쟁력이 곧 진정한 지방균형발전”이라며 “국책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업에 최적의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지방기업에도 더 나은 금리로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서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이번에도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무위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지방 이전 논의 과정의 투명성을 지적했다. 그는 “정무위원인 저조차도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근거로 이런 논의가 이어지는지 전혀 보고 받은 바가 없다”며 “노조와 협의해 국가균형발전과 금융시장 선진화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국책은행 노조는 앞으로 다른 수도권 소재 금융공공기관 노조까지 연대 범위를 넓혀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류 위원장은 “지방 이전 실효성을 분석한 컨설팅 용역도 고민 중이고 국책은행 이외 금융공공기관 노조들과 연대해 추가적인 지방 이전 저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열린 국책은행 지방 이전 저지 공동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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