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가 페이스북서 네 번 재정을 말한 이유…7700억 추경 열쇠는 도의회에

입력 2026-08-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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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규모→ 복지책임론 차단→ 소방·교부세→ 권한·재원 원칙… 9월 심의 앞둔 공개 설득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있다. 경기도는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을 9월 도의회 임시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있다. 경기도는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을 9월 도의회 임시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경기도)
지사는 편성권을 쥐지만, 추경의 마지막 열쇠는 의회가 쥔다.

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부터 네 차례 페이스북에 쌓아올린 재정 메시지의 첫 시험대는 9월 경기도의회다. 경기도가 준비 중인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은 도지사가 편성하지만 도의회의 의결 없이는 확정할 수 없다.

위기의 규모를 숫자로 못 박고, 복지 책임론을 차단하고, 소방과 교부세 사례를 꺼낸 뒤 ‘권한과 책임에는 재원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으로 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재정 설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도의회를 향한 공개 설득문에 가깝다.

문제는 무엇을 얼마만큼 줄이느냐다. 경기도는 세수 부족분과 본예산에 담지 못한 민생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업 가운데 불요불급한 예산을 다시 가려내겠다는 구상이다. 도지사의 결단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삭감 대상과 규모 모두 도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넘어야 한다.

도의회의 첫 반응은 냉랭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일방적인 감액은 안 된다는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출구조조정이 “민생·복지·안전 예산의 무차별적 삭감”과 “‘마른 수건 짜기식’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감액 추경 재검토를 요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재정 위기를 반복적으로 공론화하며 경기도민의 불안감만 키우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협치를 통한 해법 마련을 주문했다. 위기 진단에는 공감하면서도 추진 방식에는 여야가 동시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 지점에서 추 지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추경안을 편성해 제출할 수는 있지만 도의회의 의결을 강제할 수는 없다. 감액 추경이 특정 사업을 겨냥한 삭감이 아니라 무너진 재정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도민과 도의원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남은 카드는 결국 여론과 설득이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추 지사의 연속 메시지는 도민을 향한 설명 형식을 빌린 도의회 공개 설득문에 가깝다”며 “야당의 반대는 이미 드러난 변수이고, 더 중요한 것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위기의 원인과 삭감기준을 납득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9월 추경 심의는 재정 진단의 옳고 그름뿐 아니라 여당의 공감대를 모으고 야당과 조정안을 만들어낼 추 지사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5·6·8·9일 게시글을 순서대로 놓으면 산발적인 문제 제기가 아니라 하나의 논증이 쌓이는 구조가 드러난다.

5일에는 위기의 존재를 숫자로 못 박았다. 지난해 발행한 지방채 9430억원, 각종 기금에서 일반회계 등으로 끌어다 쓴 5588억원, 노인장기요양과 학교급식 등 9개월치만 편성된 민생예산을 공개했다. 논쟁의 출발선을 ‘재정 위기가 있느냐’에서 ‘이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이냐’로 옮긴 것이다.

6일에는 책임론의 방향을 틀었다. 추 지사는 재정난이 과도한 복지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보고 싶은 한 부분만 강조함으로써 전체를 왜곡하는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를 늘려 곳간이 빈 것이 아니라 복지와 공공서비스가 필요한 도민이 빠르게 늘었다는 논리다.

같은 날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낡은 지방세제’였다. 공장과 산업단지, 연구시설이 밀집한 경기도가 산업기반시설과 환경·교통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는 한 푼도 걷지 못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복지 확대가 원인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감액추경은 곧바로 ‘복지 축소’로 읽힌다. 책임론을 먼저 걷어내고 세입 구조를 꺼낸 순서는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8일에는 추상적인 구조론을 소방이라는 숫자로 번역했다. 경기도에 배치된 국가직 소방공무원 약 1만1000명의 인건비 1조1000억 원 가운데 중앙정부 지원은 800억 원에 그친다는 사례다.

지방재정 구조가 불리하다는 총론보다 단일 항목을 파고든 숫자는 훨씬 구체적이다. 더구나 소방과 안전은 여야가 쉽게 반대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가장 반박하기 어려운 사례를 택한 셈이다.

9일에는 흩어진 사례를 하나의 원칙으로 묶었다. 행정안전부의 2026년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보통교부세 규모는 66조2373억원에 이르지만, 경기도 본청은 자체 재정력이 기준을 넘는다는 이유로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추 지사는 이를 ‘불교부단체의 모순’으로 규정했다.

반도체 기업이 성장해 국가 세수와 지방교부세 재원은 늘어나도 산업 기반을 떠받친 경기도 세입에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같은 날 지방노동감독관 제도에 필요한 재정 대책도 꺼냈다. 노동감독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기면서 인건비와 운영비까지 떠넘기면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과정에서 나타난 재정 불균형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다. 아직 본격적인 예산 쟁점으로 번지기 전에 비용 부담 원칙부터 제시한 사전 포석에 가깝다.

▲경기도의회 청사 전경. 경기도가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을 9월 임시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추경안은 도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 청사 전경. 경기도가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을 9월 임시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추경안은 도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경기도의회)
네 차례 메시지를 관통하는 결론은 하나다.

“권한을 지방에 주려면 재원도 함께 줘야 한다. 책임을 맡기려면 책임을 감당할 수단도 함께 줘야 한다.”

소방과 노동감독관, 반도체 세수와 보통교부세는 서로 다른 현안이 아니다. ‘권한과 책임에는 재원이 따라야 한다’는 하나의 원칙을 입증하기 위해 차례로 꺼낸 사례들이다.

경기도 내부에서도 이번 위기를 일시적인 세수 부족으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도 예산담당부서 관계자는 “19년 전 김문수 지사 시절 경기도가 첫 감액추경을 했는데 그때보다 지금 재정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모든 구성원이 조금씩 희생해야 어려운 시기를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수사가 아니라 예산을 직접 다루는 실무 부서에서 나온 진단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다만 세입 구조 개혁과 7700억원 감액추경은 서로 다른 시간표 위에 있다. 법인지방소득세와 보통교부세 제도를 바꾸려면 정부와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설득해야 할 상대는 정부와 국회지만, 당장 9월 추경이 넘어야 할 첫 관문은 경기도의회다.

민주당에는 재정 위기와 삭감 기준의 불가피성을 설명해야 한다. 국민의힘에는 민생·복지·안전 예산을 무차별적으로 줄이는 추경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페이스북에서 쌓은 명분을 실제 삭감 항목과 의회 표결로 옮겨놓는 정치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추 지사가 네 차례 이어온 재정 메시지의 성적표는 ‘좋아요’ 숫자로 매겨지지 않는다. 7700억원의 삭감 목록과 9월 도의회의 의결 결과가 그 답을 내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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