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글로벌 증시를 덮친 급격한 변동성을 두고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JP모건은 헤지펀드 이탈과 개인투자자 비중 확대로 미국 기술주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스피 급락을 대세 상승 과정에서 나타난 가파른 조정으로 평가하며 12개월 목표치 1만2000을 유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한국의 견조한 경제 여건과 금융권 안전장치를 근거로 증시 변동성이 단기 신용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전략가는 5일(현지시간) 고객 보고서에서 지난달 기술주 급락으로 헤지펀드들이 10% 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평가했다. 기술주 중심의 헤지펀드들이 투자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하면서 큰 손실을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 기술주들은 지난달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반도체 및 메모리 관련 주식이 급락하며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21% 하락해 2008년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파니기르초글루는 기술주 중심 헤지펀드들이 투자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하면서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후 기술주 거래에는 개인 투자자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급락세로 헤지펀드들이 위험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 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기술주 보유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결과적으로 기관투자자의 빈자리를 개인투자자가 채우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니기르초글루는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헤지펀드의 기술주 투자 여력이 구조적으로 축소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기술주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레버리지 ETF, 개인 옵션 매수, 개인 마진 계좌 등으로 인해 변동성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미치는 신용 위험은 한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견조한 경제 여건과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 안전장치가 금융시장 안정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피치는 변동성이 전이되는 주요 경로로 소비 심리, 주택 시장, 금융기관 수익성을 꼽았으나, 소비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주택 시장과 심리가 더 중요한 전이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주식 투자 이익 중 소비로 유입되는 비중은 약 1.3%에 불과해 '부의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무주택자가 주식에서 얻은 수익의 약 70%는 결국 부동산 매입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가 약세가 지속되면 소비보다 주택 수요와 심리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단기적으로 가장 뚜렷한 압박에 직면한 곳으로 증권사를 지목됐다. 다만 피치는 현재 변동성이 실질적인 재무구조 악화를 시사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담보 청산 장치가 정상 작동하고 유지증거금 요건 등이 위험을 완화하고 있어 신용융자 위험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어 피치는 한국의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 등을 이유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2.75%로 올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상반기 GDP 지표는 피치가 6월 제시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2.6%를 다소 웃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스피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략 관점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티모시 모 등 골드만삭스 스트래티지스트들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시장이 정당화되는 수준보다 더 부정적인 펀더멘털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이번 낙폭의 속도와 규모가 과거 20년간 이 시장이 겪어온 다른 급락 국면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이번 하락을 대세 하락의 시작이 아니라 더 큰 강세장 안에서 나타난 가파른 조정으로 규정하며 12개월 코스피 목표치 1만2000과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현 수준 대비 약 92%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골드만삭스가 긍정적 관점을 유지하는 핵심 근거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메모리 부문에 있다. 컴퓨팅 수요 가속과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공급 부족을 감안할 때 이번 메모리 사이클은 이전보다 더 강하고 길게 지속될 것이며, 이러한 가격 결정력과 수익성이 현재 주가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한, 수급 측면에서도 레버리지 ETF 순자산 감소와 신용융자 노출 축소 등으로 포지셔닝이 이전보다 깨끗해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총의 40~5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부문 역시 2026년과 2027년 이익 성장이 기대되고, 밸류에이션이 낮으며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진전되고 있어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종합한 시장의 위험 대비 수익 구도 역시 우호적이라고 봤다. 2026∼2028년 이익이 각각 320%, 35%,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5.1배로,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밸류에이션이 7.8배로 개선되기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8배를 밑도는 수준으로 과거 시장 고점을 크게 하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