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동두천시 송내동의 한 아파트 개발 사업장. 2023년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인허가를 마쳤지만 착공은 이뤄지지 못했다. 사업장은 공매 절차에 들어갔고, 감정가 362억원인 이 사업장은 약 20% 할인된 288억원에 3차 공매까지 진행됐으나 모두 유찰됐다. 현재는 4차 공매를 위한 조건 협의가 진행 중이다.
수도권의 주요 주거 배후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한 민간 아파트 사업장은 지자체 주택 사업승인을 얻었음에도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 거부 벽을 넘지 못하고 매각 수순을 밟는 중이다. 감정가 755억원 규모의 대형 주택 부지인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도곡리 아파트 사업장 역시 주택 인허가를 마쳤으나,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매·매각 시장으로 내몰렸다.
6일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한 경·공매 PF 사업장 정보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수도권에서 지자체 인허가를 정상적으로 마치고도 착공 전 상태에서 경·공매 시장에 나온 사업장은 39곳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인허가가 나지 않아 사업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인허가를 마친 뒤에도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 134만9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첫해 착공 실적은 연간 목표 26만9000가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허가 확대와 규제 완화에도 실제 공급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새로운 공급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최근 부동산 PF 시장의 보수적인 심사 기조를 주 원인으로 꼽는다. 브릿지론 이후 본PF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사업성 검토를 한층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이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분양시장 둔화와 공사비 상승, 금리 부담이 맞물리면서 금융사들도 PF 익스포저(위험 노출 규모) 관리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금융당국의 PF 건전성 관리 강화 기조와도 맞물린다. 금융위원회는 올 6월 정례회의에서 상호금융조합 부동산 PF 대출을 총대출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를 의결했다. 금융권 전반에서도 부동산 PF 익스포저 축소와 충당금 적립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규 PF 취급 문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다.
정부도 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지원책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과 5개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최대 5조원 규모의 PF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경락자금과 유동성을 공급 중이다. 정상 사업장의 자금 경색을 완화하고 부실 사업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활용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신디케이트론 지원을 받으려면 브릿지론 기준 낙찰가의 30% 이상, 본PF 기준 총사업비의 5% 이상을 자기자금으로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대주단 4분의 3 이상 동의와 강화된 여신 심사까지 거친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사업장일수록 지원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형 증권사 부동산 IB 관계자는 "자기자본 비율 관리와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금융사들이 신규 PF 취급에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 중"이라며 "정부가 유동성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심사 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인허가를 마치고 사업성이 확보된 사업장까지 자금 조달이 막히면 결국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건전성 관리와 공급 확대라는 두 정책 목표 사이에서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