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권·직업의 자유·예술의 자유 충돌 여부 쟁점
성평등지수 운영 적법성 판단 결과에 영화계 촉각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의 ‘성평등지수 가산점 제도’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여성 창작 인력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사업의 심사기준이 다른 지원자의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제기되면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결과에 따라 영화 지원사업 평가 기준은 물론 성평등 정책을 둘러싼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일 본지가 단독으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진위가 공고한 ‘2026년 상반기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장편 극영화 부문 사업 요강’ 가운데 성평등지수 가산점 기준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청구인은 해당 평가 기준이 지원자 사이의 평등을 해치고 직업 활동과 예술 창작의 자유 등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청구인은 헌법소원을 통해 영진위의 성평등지수 가산점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요청했다. 청구 취지에는 해당 조항이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청구는 영진위가 성평등지수를 지원사업 평가에 반영한 이후 해당 제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헌법적 판단 절차가 진행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성평등지수는 영화계 성평등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마련됐다. 영진위는 2021년 주요 지원사업 7개에 해당 제도를 적용했다. 이후 2022년 평가 항목을 조정했고, 2023년에는 다양성 지표 연구와 시나리오 공모전 지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2024년에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성평등 가산점을 없애고 다양성 항목을 새로 도입했다.
성평등지수는 도입 이후 시나리오 공모전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졌다. 2021년에는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던 일부 작품이 성평등지수 적용 뒤 순위가 상승해 최종 선정됐고, 합격선을 넘긴 작품이 탈락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후 공모전 특성을 고려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제기됐다.
반면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사업에서는 성평등 가산점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장편 제작지원은 여성감독에게 2점, 여성 PD·작가·촬영 인력에게 각각 1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총 5점의 가산점을 반영한다. 이번 헌법소원은 이 같은 평가 방식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가리는 절차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헌법소원은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가산점 제도를 둘러싼 헌법재판은 군 가산점이나 국가유공자 취업 가산점 등 공공 채용·시험 제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반면 영화 지원사업의 성평등 가산점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사례는 처음이다. 헌재 판단이 향후 문화예술 지원정책의 기준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남성 역차별 문제는 정책 과제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당시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에 “남성들이 특정 영역에서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영역이 있는데 남성 차별 부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점검해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