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고인도 쉬운 판결문 받아야” 이지리드 폭 넓히는 유럽 [판결문이 쉬워졌다 ③]

입력 2026-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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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8-1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Procédase a la confección de la sentencia en formato de lectura fácil para su traslado personal a Braulio y a Cipriano."

"피해자 브라우리오와 피고인 시프리아노에게 개인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본 판결문을 쉬운 읽기(Lectura fácil) 형태로 작성 절차를 진행하라."

▲스페인 대법원 (홈페이지)
▲스페인 대법원 (홈페이지)

2023년 5월 스페인 대법원은 판결문(STS 339/2023)을 통해 성범죄 피해자인 브라우리오 뿐만 아니라, 성범죄를 저지른 피고인 시프리아노에게도 이지리드 판결문을 제공하라고 명했다.

피해자 브라우리오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고, 그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시프리아노는 선천적 청각장애인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인지장애를 겪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재판부는 시프리아노의 형사책임은 무죄 취지로 면해주되 보호관찰 등 보안처분을 부과했다. 이후 해당 결정과 그 근거를 쉽게 이해하도록 주문을 통해 이지리드 판결문을 제공하라고 명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법행정기관과 협력을 맺고 있는 이지리드 판결문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으라고도 언급했다.

스페인 대법원은 이지리드 판결문 제공의 근거로 2021년 개정·시행된 자국 민사소송법과 2022년 발효된 평등대우 및 차별 금지에 관한 법을 들고 있다.

스페인 민사소송법 제7조2(장애인 및 고령자를 위한 절차상 배려)는 발달장애인 등이 소송당사자일 경우 판결문은 물론 모든 사법 통지와 소송 서류를 이지리드 형태 요약본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당사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이지리드 판결문을 교부해야 한다.

차별 금지에 관한 법 제19조(사법 행정에서의 평등 대우 및 차별 금지 권리) 역시 법에 따라 정한 취약 집단이 사법 절차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고 원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명시한다.

유럽 국가는 이지리드 판결문의 대상자를 보다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그 내용도 단순히 결과 전달을 넘어 판단의 근거와 맥락까지 포함하는 흐름이다. 영국 가정법원에서는 이미 2017년 청소년을 상대로 이 같은 이지리드 판결문을 작성했다.

피터 잭슨 판사는 당시 이혼 가정에서 성장 중이던 만14세 청소년에게 ‘친애하는 샘에게’라는 편지글 형식의 판결문을 적어 건넸다. 청소년 샘(가명)이 왜 친부보다 친모와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는지 등을 알기 쉽게 작성한 문서로 이지리드 판결문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샘의 친부는 아들과 함께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이민 가게 해달라고 청구했고, 샘도 아버지와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판사는 “부모님은 양육 방식에 대해 오랜 시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너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다”면서 “네가 받고 있는 영향과 그것이 너에게 미치는 효과까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부에게 구체적인 이민·생활 계획이 없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모욕한다는 점 등도 쉬운 언어로 풀어 당사자인 청소년이 쉽게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는 판결문 등 법률 문서에 대한 접근성을 일찌감치 인권 문제로 다뤄왔다. 2014년, 2018년 권고에 이어 2020년 UN차원의 '사법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수사부터 판결문 교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당사자 눈높이에 맞춘 이지리드 판결문 등의 제공을 사법 당국의 의무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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