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격경쟁 제한 판단·과징금 5억9400만원
농식품부 “공정위 처분만 근거 아냐…생산·유통 직접 영향 없어”
계란 산지 기준가격을 미리 정해 회원 농가에 문자로 돌린 대한산란계협회가 비영리법인 지위를 잃게 됐다. 법인 설립 당시 가격을 결정·통지하지 않는다는 허가 조건이 붙었는데도 약 3년간 이를 이어간 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경쟁을 제한한 담합 행위로 판단하면서 설립허가 취소까지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대한산란계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2023년 1월 협회의 법인 설립을 허가하면서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고 계란 산지가격을 결정해 회원들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협회는 설립 이후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지역별 기준가격을 정해 회원 농가 등에 지속적으로 통지했다.
가격은 지역별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재고와 유통 상황을 토대로 정했다. 협회는 이를 취합해 매주 문자메시지와 팩스 등으로 농가에 알렸고 농가들은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계란을 거래했다.
공정위도 협회의 가격 결정·통지 행위가 실제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쳐 자유로운 가격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9400만원을 부과했다.
농식품부는 협회가 법인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한 데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익까지 침해했다고 보고 민법 제38조를 적용했다. 이 조항은 법인이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면 주무관청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처분에 앞서 사전통지와 의견 제출,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협회가 제출한 의견과 청문 진술만으로는 허가 조건 위반과 공정위의 위법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처분은 공정위 처분만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다”며 “법인 설립허가 조건 위반 여부와 공정위 처분 내용, 청문 결과, 제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익 침해 여부를 판단했다”고 말했다.
설립허가 취소는 법령에 따른 행정처분이며 이후 법인의 청산 등은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된다. 농식품부는 생산자단체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있지만 공익성을 전제로 허가받은 비영리법인이 법령과 허가 조건을 위반하면 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앞서 가격을 강제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시세와 수급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설립 당시 부과된 가격고시 중단 조건도 법인 설립 목적과 관련이 없어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설립허가 취소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밝혀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처분은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에 관한 행정처분으로 계란 생산이나 유통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생산자단체와 유통업계 등과 협력해 계란 수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현재 실제 계란 산지 거래가격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거래정보의 신뢰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