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거액 자금 이전을 약속하거나 고수익 투자를 미끼로 한 국제 금융사기가 반복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들의 과도한 기대 심리가 사기 범행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분석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제 금융사기 사건에서는 해외 왕족이나 국제기구 관계자, 외국 금융기관 등을 내세워 거액의 투자나 자금 이전을 약속하는 수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외국인이 결혼을 약속하며 각종 비용 명목의 송금을 요구하거나, 국제기구 관계자를 사칭해 거액의 자금을 맡길 수 있다고 속이는 사례도 확인된다.
사기 규모도 갈수록 대형화되는 양상이다. 한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자신들을 ‘인도네시아 왕족의 해외 자금을 관리하는 관계자’, ‘대한민국 정부를 대리하는 변호사’라고 소개하며 사업가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약 900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한 뒤, 약정 이행에 필요한 비용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방글라데시 은행장이 보관 중인 아시아개발은행(ADB) 자금 2000만 달러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며 접근한 뒤, 해당 자금이 불법 자금이 아니라는 확인 절차에 필요한 비용을 먼저 보내 달라고 속여 돈을 받아낸 사례도 있었다. 이 피고인은 비용만 보내주면 2주 안에 원금과 30%의 이자를 함께 지급하겠다고 피해자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과정에서는 실제 기관을 사칭한 정교한 위조 서류도 동원됐다. 위조된 출금전표와 해외 정부기관 명의의 공문이 제시됐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영국지사 직원이나 영국 국립범죄수사청(NCA) 관계자를 사칭한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고등법원과 미국 재무부 명의의 번역·공증 문서를 위조해 제시하거나, 자금세탁·마약 자금과 무관하다는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환불 가능한 예치금’ 명목의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도 사용됐다.
법조계에서는 상식적으로는 의심할 만한 제안이라도 거액의 수익을 기대하는 심리가 작용하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보라 변호사는 “금융사기는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이용하는 범죄”라며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가 커질수록 사기범의 거짓말을 검증하기보다 믿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