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자본까지' 모험자본 넘친다… 기업 몸값 인플레 우려도

입력 2026-07-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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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의 글로벌 VC 협력 확대와 이재명 정부의 해외 벤처자금 유치 정책이 맞물리면서 국내 모험자본 시장에 대규모 투자 확대 기대가 커졌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자금이 일부 인공지능(AI)·딥테크 기업에 집중되며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중심으로 세쿼이아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코슬라벤처스,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 제너럴캐털리스트,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NEA)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VC 6곳과 전략적 투자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민연금은 이들과 공동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투자 정보와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벤처투자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세쿼이아캐피털은 1972년 설립된 전통의 명문 VC로, IT 산업 태동기부터 애플·구글·엔비디아 등에 투자하며 빅테크 성장을 이끌어온 자본시장의 거두다. 앤드리슨호로위츠는 메타·인스타그램·깃허브 등에 투자하며 AI·바이오·방산 등 첨단 미래 기술 투자를 선도하고 있으며, 코슬라벤처스는 오픈AI 초기 투자자로 딥테크 영역에 독보적인 강점을 지닌다. 이외에도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 제너럴캐털리스트,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NEA) 등 운용 자산(AUM)만 총 450조원에 달하는 거대 자본들이 국민연금과의 투자 협력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정부도 글로벌 VC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낸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에서 "대한민국의 유망 스타트업과 여러분의 글로벌 투자 역량이 만나면 투자자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고, 우리 스타트업은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2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까지 본격 가동되면 국내 VC 생태계에는 정책자금과 민간 자금, 해외 투자자금이 동시에 유입되는 투자 확대 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반도체, 바이오, 딥테크 등 국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도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자금 공급 확대가 곧바로 벤처 생태계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 수요가 AI·반도체·바이오·딥테크 등 일부 국가 전략산업의 유망 스타트업에 집중될 경우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단기간에 과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글로벌 VC 유치 정책이 본격화돼 해외 투자자까지 동일한 기업에 경쟁적으로 투자할 경우 밸류에이션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높아진 가치를 향후 회수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정책자금과 해외 자본 유입으로 비상장 기업의 몸값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상장(IPO)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시장의 평가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 기조와 강화된 상장 심사로 IPO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진 데다 M&A 시장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상장 기업의 몸값만 치솟을 경우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기대했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구주 매출 할인폭이 커지거나 상장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고, M&A 역시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오버밸류 상태에서 집행된 투자는 펀드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펀드 만기 시점까지 적정 가격에 회수하지 못할 경우 보유 자산의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운용사의 성과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 유입 자체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자금이 일부 기업에만 쏠려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결국 IPO나 M&A 시장에서 현실적인 평가를 받으며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공급 확대와 함께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 M&A 시장 확대 등 회수 시장을 함께 키우는 정책도 병행돼야 벤처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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