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용수는 넘치는데”…‘짠 도시’ 하이퐁, 韓 물기술에 반하다 [베트남을 水놓다②]

입력 2026-07-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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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풍부하지만 염해·침수 겪는 베트남 '제3산업도시' 하이퐁
수공, 하이퐁과 물기술협력 MOU…현지 물인프라사업 참여

▲14일 베트남 하이퐁시남부에 다도강이 흐르고 있다. 강 상단 좌측 평지가 '끼엔하이 정수장' 부지다.
▲14일 베트남 하이퐁시남부에 다도강이 흐르고 있다. 강 상단 좌측 평지가 '끼엔하이 정수장' 부지다.

1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약 103km 떨어진 하이퐁시(市)의 남부 끼엔하이. 이 지역의 핵심 수원인 다도강(江) 하류의 한 아스팔트 다리 너머에 인적 없이 수풀만 가득한 평야가 눈에 들어왔다. 하이퐁 남부경제특구의 중장기 물 수요를 대부분 충당할 10ha(약 3만평) 규모의 끼엔하이 정수장 부지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염해 등 물 문제를 겪는 시에 대한 기술지원을 계기로 해당 정수장과 관로 건설을 포함한 물인프라 사업 참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동훈 수공 베트남센터 대리는 "끼엔하이 정수장과 새 관로가 만들어지면 깨끗하고 풍부한 원수 공급을 통해 하이퐁시의 염해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가동 후 1년쯤 데이터가 쌓이면 수질·유량 여건에 따른 약품 투입 최적화, 펌프 가동률 자동 조정 등 '인공지능(AI) 정수장'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이퐁시는 공항·항만·철도 등 핵심 교통 인프라를 보유한 북부 최대 물류 거점이지만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현지에서는 하노이, 호치민에 이은 '제3산업도시'로 꼽힌다. 2008년 조성된 딘부-깟하이 경제특구와 올해 만들어진 남부경제특구 등을 합친 4만3000ha(약 1300만평) 규모의 산단이 최고 자랑거리다. 입주율은 약 50%로 기업수 1800개를 넘었다. 현지 외국인직접투자(FDI) 도시 1위(49억 달러·2024년)를 달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지난해까지 하이퐁시에 대한 한국기업 누적 투자액은 154억달러(30%)로 FDI 전체 1위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현대케피코 등 한국기업 150여개가 산단에 입주해 있다.

▲14일 베트남 하이퐁 시내. 약간 내린 비에도 배수가 잘 안돼 도로에 빗물이 고여 있다.
▲14일 베트남 하이퐁 시내. 약간 내린 비에도 배수가 잘 안돼 도로에 빗물이 고여 있다.

그런 하이퐁시에도 깊은 고민이 있다. 바로 '물'이다. 물론 하이퐁 남부를 관통하는 다도강을 비롯해 10여개의 강이 있어 원수 자체는 풍부하다. 하지만 남부특구 15개 소형 정수장을 중심으로 한 주요 취수장이 베트남 동해와 가까운 하류에 있는 탓에 고질적인 염해를 겪고 있다. 상하수도 인프라 미비로 저지대 침수도 빈번하다. 특히 배수가 미흡해 비가 오면 도시 곳곳에 깊은 물웅덩이가 생긴다. 실제로 이날 오후 하이퐁시에는 소나기가 20여 분 내리다 그쳤는데, 시내에서 차량 이동 중 도로에 빗물이 비교적 깊게 고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하이퐁시가 지난달 한국을 찾아 수공과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배경이 됐다. 수공도 이번 협력을 계기로 총사업비 1645억원 규모의 하이퐁 끼엔하이 상수도 사업 등 현지의 다양한 물인프라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끼엔하이 정수장은 시설용량 일일 7만5000t규모로 2029년 1단계 준공 후 시운전 등을 거쳐 2030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물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점차 늘려나가 2050년 일일 최대 50만t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염해 방지를 위해 기존 취수장을 끼엔하이 정수장 상류 4km 구간으로 옮기기 위한 267km 길이의 관로도 만들 계획이다. 지금은 시가 관리하는 15개 소형 정수장이 남부 수질을 책임지고 있지만 취수 문제 등으로 염해 대응이 어렵다고 한다.

수공은 하이퐁시의 이러한 '물 고민 해결사'로 나섰다. 현재 계절·월별 염해 확산을 예측하는 수질확산모델링(EFDC)을 통해 끼엔하이 정수장 취수원을 비롯한 시 전체 최적 취수지점을 분석하고 있다. 이는 동해 염분이 도달할 수 없는 다도강 상류의 새 취수 구간에서 양질의 원수를 산단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작업이다. 수공은 이러한 분석을 진행하며 끼엔하이 상수도 사업 현지 특수목적법인(SPC) 지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산발적인 침수 대응을 위해서는 시 전반의 하수도 인프라 개선도 필요하다. 하이퐁시가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물관리체계 구축을 희망하는 만큼 하이퐁 경제특구관리위원회(HEZA) 주도로 준비 중인 '통합물관리 마스터플랜'에 관련 내용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기대된다. HEZA는 하이퐁 경제특구를 총괄하는 하이퐁시 인민위원회(우리나라의 시청에 해당) 산하기관으로 투자 유치·인허가 등을 맡는다.

▲응우옌 꽝 민 하이퐁 경제특구관리위원회(HEZA) 부위원장(사진 가장 우측)이 하이퐁 물 문제와 수공과의 협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응우옌 꽝 민 하이퐁 경제특구관리위원회(HEZA) 부위원장(사진 가장 우측)이 하이퐁 물 문제와 수공과의 협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지 기대감도 상당하다.

이날 하이퐁시 HEZA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난 응우옌 꽝 민 HEZA 부위원장은 "하이퐁은 베트남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지만 염해와 도시 침수로 산단 개발과 운영에 안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며 "남부에 15개 소형 정수장이 있지만 수질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산단에 양질의 용수 공급을 위한 끼엔하이 정수장 건설, 이 과정에서 수공과의 협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공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된 초격차 물기술을 가진 하이퐁시의 물 분야 대표 파트너"라며 "스마트 관망관리(SWNM), AI 정수장, 디지털트윈 등 기술지원과 하이퐁시의 물인프라 자립 등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자 교류도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공은 하이퐁시에서 다수 국책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현지 기반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물관리 해법을 현지에 적극 제안하며 신규 사업 참여 과정에서 국내기업 동반 진출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조한용 수공 베트남센터장은 "하이퐁시의 물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하이퐁 내 우리 기업들도 물 걱정 없이 경제활동에 집중하도록, 더 많은 국내 기업이 현지 사업에 함께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병일 수공 베트남센터 차장은 "국내 중소기업 중에는 기술이 있어도 해외에 나갈 방법을 잘 모르거나 나가도 통관 문제 등으로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면서 "우리가 먼저 나가 수출 기반을 마련하고 해외사업에 동반 참여하는 방식으로 국내기업의 성장을 돕는 것도 수공 해외 센터의 중요한 업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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