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락에 지수·반도체 상품 직격탄
단일종목 레버리지 순자산도 한 달 새 반토막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순자산이 한 달 만에 74조원 증발했다. 코스피가 9000선에서 6000대로 급락하면서 지수와 반도체 관련 상품의 평가액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상승장에서 몸집을 빠르게 불렸던 레버리지 ETF가 하락장에서 순자산 감소 폭을 키우며 시장의 변동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4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459조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22일 533조원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74조원 감소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급락한 뒤 일부 반등했지만, ETF 시장이 다시 500조원대로 올라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ETF 시장은 올해 들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6월 2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4월에는 400조원에 올라섰다. 이후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5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증시 조정과 함께 증가분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운용사별로는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이 178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34조원가량 급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약 22조원 줄어든 143조원대로 내려앉았다. 3위인 KB자산운용은 3조6000억원 감소한 35조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조5000억원 이상 줄어든 32조원대로 집계됐다. 시장 급등기 운용사 간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주요 운용사가 나란히 자산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ETF 시장 축소는 투자금이 빠져나간 영향뿐 아니라 편입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이 감소한 결과다. 특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코스피 대표지수 상품과 반도체 테마형 ETF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최근 한 달간 ‘KODEX 200’ 순자산은 9조원 넘게 줄었고 ‘TIGER 반도체TOP10’도 4조원 이상 감소했다.
레버리지 상품의 감소 폭은 더욱 컸다. 코스피200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순자산은 최근 한 달 새 10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의 순자산도 같은 기간 16조원에서 8조원대로 축소됐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이 상승할 때 일반 ETF보다 빠르게 순자산이 증가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배로 커지는 구조다. 매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주가가 등락을 반복할 경우 장기 누적 수익률이 기초자산 수익률의 단순한 2배와 달라질 수도 있다. 반도체주와 고위험 상품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운 ETF 시장의 취약성이 급락장에서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퇴직연금 계좌 등으로 인해 ETF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다음 달 중 기금형 퇴직연금 구체안 발표 후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ETF를 포함한 장기 투자 상품 수요 증가 가능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