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연장 안돼⋯대안 세워야” [네버엔딩 유류세 인하]

입력 2026-07-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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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고유가 대응 전략

사회간접자본 투자 기능 약화돼
취약계층 직접지원 등 검토해야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가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선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브렌트유가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2일 이후 처음이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가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선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브렌트유가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2일 이후 처음이다. 고성준 기자 joonko1@

2021년 11월 한시 조치로 도입된 유류세 인하가 5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에도 중동 리스크와 국제유가 변동성을 이유로 인하 조치를 오는 9월 말까지 연장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출구 없이 연장만 반복하는 방식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유류세 인하는 모든 운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대표적인 보편 감세다. 하지만 혜택의 크기는 차량 운행량에 따라 달라진다. 주행거리가 길거나 연료 소비가 많은 차량일수록 절감 효과가 커지고, 차량이 없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민은 직접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인하된 유류세가 주유소 판매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감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재정 부담도 적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는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13조2880억 원에 달한다. 이후에도 인하 조치가 계속 연장되면서 누적 손실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 재원인 목적세다. 감세가 장기화하면 목적세 기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 가격을 낮추는 효과로 인해 에너지 절약과 탄소 중립 정책의 유인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처럼 기름값을 직접 낮추기보다 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힘을 얻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유가가 많이 오르다 보니 모두가 다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미·이란 전쟁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유류세 인하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멈추고 다시 되돌린다고 하면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중단 시점은 국제 정세와 맞물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화물차 운전자나 영세 자영업자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에 대해서도 "취약계층을 특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당장 전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 인하가 두 가지 측면에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우 교수는 "해외 유가는 계속 비싼데 국내만 정해진 가격으로 낮게 유지하는 건 중장기적으로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며 "해외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유류세도 정상화해서 효율적으로 쓰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세수 측면에서는 "기본적으로 올해 세수가 좋은 상황이다. 추경 이후로도 초과 세수가 20조~30조 원 정도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도 가계에 도움이 되고 세수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 계속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핀셋 지원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세지원과 재정지원의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타겟팅(핀셋 지원)이 원론적으로는 맞다"면서도 "가격 자체가 문제인 상황이면 조세지원이 맞고,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면 재정지원이 맞다"며 "지금처럼 고유가가 문제인 국면에서 재정지원(보조금)을 하면 오히려 수요가 늘어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어, 지금은 조세지원이 맞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유가 피해가 누구에게 더 가는지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일반적인 조세 지원을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진욱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좀 더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고 차량 5부제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은 다소 모순된 정책이 아닌가 싶다"며 "유류세 인하 대신 과감한 대중교통 지원 정책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추경에서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는 3조4000억 원이다. 이 돈을 K-패스 환급률을 대폭 인상하는 데에 사용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며 "2018년 서울시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했을 때 하루 50억 원가량이 들었다. 3조 원 규모라면 한정된 기간 내에 유의미한 대중교통 지원정책을 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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