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날짜는 왜 정했을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6-07-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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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한여름을 기록한 방법
중복 날짜 7월 25일…2026년 복날 날짜, 말복은 8월 14일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합법적인 ‘1인 1닭의 날’. 평소에도 아무렇지 않게 먹어 놓고 새삼스럽죠. 그래도 왠지 이날은 우리네 조상이 허락해준 날인 듯 느껴지는데요. 그 감사한 복날의 두 번째 날. 25일 중복이 찾아왔습니다.

가장 더운 날 보양식을 먹는 날로 여겨지는 이 복날. 외국도 비슷한 표현과 함께 국수와 장어, 개가 언급되고 있는데요. 한국과 중국의 2026년 중복 다음 날 일본은 장어를 먹는 ‘도요노우시노히(このわた土用の丑の日)’를 맞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이 무렵의 무더위를 ‘도그 데이즈’, 즉 ‘개의 날들’이라고 부르는데요. 밤하늘의 ‘개의 별’ 시리우스에서 나온 말이죠.

먹는 음식도, 날짜를 세는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신기한데요. 옛사람들은 왜 굳이 무더운 때를 골라 달력에 따로 표시했을까요?


▲삼복 가운데 첫 번째에 드는 초복을 맞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음식점을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날 기상청은 서울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며 어제보다는 기온이 낮겠지만 습도가 매우 높아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삼복 가운데 첫 번째에 드는 초복을 맞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음식점을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날 기상청은 서울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며 어제보다는 기온이 낮겠지만 습도가 매우 높아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복날 날짜=제사날?

복날은 그해 기온을 관측한 뒤 가장 더운 날을 골라 정한 날짜가 아닙니다. 24절기에도 포함되지 않는데요. 하지와 입추, 날짜마다 돌아오는 천간을 이용해 해마다 미리 계산하죠.

천간 가운데 일곱 번째인 ‘경(庚)’이 들어가는 경일은 열흘마다 돌아오는데요.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이 초복, 네 번째 경일이 중복이며 입추 이후 첫 번째 경일이 말복입니다. 올해 하지는 지난달 21일이었습니다. 이후 세 번째 경일인 15일이 초복, 네 번째 경일인 25일이 중복인데요. 이어 입추인 다음 달 7일 이후 첫 번째 경일인 14일이 말복입니다.

중국에서는 초복과 말복을 각각 10일, 중복을 10일 또는 20일의 기간으로 보는데요. 올해는 초복이 7월 15∼24일, 중복이 7월 25일∼8월 13일, 말복이 8월 14∼23일로 모두 40일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세 번의 복일을 가리키지만, 중국에서는 40일 전체를 ‘삼복천’이라고 부르는 차이가 있죠.

그렇다면 왜 이런 날짜를 만들었을까요? 가장 오래된 기록에서 확인되는 목적은 폭염 예보가 아니라 제사와 액막이였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춘추시대 진 덕공 2년에 처음 ‘복’을 시행하고 개를 제물로 바쳐 나쁜 기운을 막았다는 기록이 나오는데요. ‘진본기’에는 이를 간략히 적었고 ‘봉선서’에는 성읍의 네 문에서 의식을 치렀다는 내용이 더해져 있죠. 후대 사람들은 여기서 말하는 ‘고(蠱)’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열기나 나쁜 기운으로 풀이했습니다. 옛 복날은 단순히 더운 시기를 표시한 날이 아니라, 재앙을 막기 위한 의식을 치르는 날이기도 했던 셈이죠.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여름 운영표’가 된 복날

복날의 역할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습니다. 한여름과 겹치는 복일에 제사를 반복하다 보니 더위와 가뭄, 병충해, 체력 저하에 대비하는 풍습이 하나씩 붙었는데요. 복날 날짜는 무엇을 해야 하는 날인 동시에, 평소 하던 일을 멈춰야 하는 날이 됐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삼복의 무더위에 맞춰 궁중 행사와 공사 일정을 조정했는데요. 1417년 태종은 삼복에 백성을 부리기 어렵다며 육조청 축대 공사를 미루도록 했고 1420년 살곶이천 돌다리 공사도 이미 시작한 부분만 마친 뒤 나머지는 가을로 넘겼죠.

궁중에서는 관리와 관청에 ‘빙표’를 나눠줘 장빙고의 얼음을 받을 수 있게 했는데요. 의학에서도 삼복을 특별히 여겨, 1793년 정조가 침 치료를 받을 때 ‘삼복에는 침을 삼가야 한다’는 의서의 내용이 논의됐습니다.

민간에서는 계곡에서 더위를 피하고 음식을 먹으며 기력을 보충했는데요. 팥죽으로 질병과 나쁜 기운을 막고, 지역에 따라 논밭에 음식을 차려 풍년을 빌기도 했습니다. 삼복은 궁중의 일정부터 민간의 피서와 농사 의례까지 좌우한 한여름의 생활 기준이었죠.


▲민물장어구이. (사진제공=민물장어자조금관리위원회)
▲민물장어구이. (사진제공=민물장어자조금관리위원회)


장어 먹는 날만은 아니었다…일본 ‘도요’의 금기

일본의 ‘도요노우시노히’는 장어를 먹는 날로 유명하지만, 도요에는 계절에 따라 일을 조절하는 기준이라는 의미도 있었는데요.

도요는 입춘·입하·입추·입동 직전 약 18일을 가리킵니다. 올해 여름 도요는 이달 20일부터 8월 6일까지이며, 이 기간의 소날인 7월 26일이 ‘도요노우시노히’죠.

음양오행에서는 도요를 흙의 기운이 왕성한 때로 여겼습니다. 이 기간에는 흙을 관장하는 토공신(土公神)이 지배한다고 믿어 터를 파거나 기둥을 세우고 우물을 파는 등 땅을 움직이는 일을 꺼렸는데요. 다만 도요 중에도 이런 일을 해도 된다고 여긴 예외 날짜인 ‘마비(間日)’가 있었죠. 올해 여름 마비는 7월 21·28·29일과 8월 2일입니다.

여름 도요에는 ‘우(う)’로 시작하는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풍습도 전해지는데요. 장어를 먹게 된 유래로는 에도시대 학자 히라가 겐나이가 장어 가게에 ‘오늘은 도요의 소날’이라는 간판을 내걸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죠.


(고성준 기자 joonko1@)
(고성준 기자 joonko1@)


영국 달력에 적힌 한여름 경보 ‘도그 데이즈’

영어권의 ‘도그 데이즈’는 특정한 하루가 아니라 한여름의 무더운 기간을 뜻하는데요. 여기서 ‘개’는 더위에 지친 개가 아니라 큰개자리의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를 가리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시리우스가 태양과 같은 방향에 놓이는 무렵을 폭염과 가뭄, 열병이 심해지는 시기로 여겼습니다. 태양의 열기에 시리우스의 열기까지 더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인데요. 물론 시리우스가 실제로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것은 아닙니다.

도그 데이즈는 영국의 교회 달력에도 기록됐죠. 1559년판 ‘공동기도서’ 달력에는 당시 율리우스력으로 7월 7일을 시작, 9월 5일을 끝으로 표시했는데요. 당시 도그 데이스는 무더위로 몸이 약해지고 질병이 늘 수 있는 시기로 인식됐죠. 이후 이 표현은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에서 널리 쓰이며, 오늘날에는 한여름의 가장 무덥고 늘어지는 시기를 가리키는 말로 남았습니다.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폭염의 별 시리우스, 이집트에서는 농사의 신호

같은 시리우스도 이집트에서는 의미가 달랐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별을 ‘소프데트(Sopdet)’라고 불렀는데요. 약 70일간 보이지 않던 소프데트가 새벽하늘에 다시 나타나는 시기는 나일강 범람의 첫 징후가 나타나는 때와 대체로 겹쳤습니다. 범람은 농경지에 물과 비옥한 흙을 공급했죠.

소프데트의 재등장은 새해와도 연결됐습니다. 다만 이집트의 공식 달력은 365일로 실제 태양년보다 약 하루의 4분의 1이 짧았죠. 이 때문에 달력 속 새해와 시리우스의 출현, 실제 농경 계절이 이집트 역사 내내 일치한 것은 아니었는데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리우스가 폭염과 질병을 경고하는 별이었다면, 이집트에서는 나일강 범람과 새해를 알리는 별이었습니다. 같은 천문현상도 지역의 기후와 생업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얻었죠.


▲절기상 '소서'를 맞은 7일 서울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약해지며 호우특보가 모두 해제된 반면,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를 발효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절기상 '소서'를 맞은 7일 서울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약해지며 호우특보가 모두 해제된 반면,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를 발효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가장 더운 날’보다 중요했던 것

옛사람들이 한여름의 특정 날짜를 정한 목적은 더위의 절정을 맞히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계절의 흐름에 맞춰 일과 의례, 음식과 생활 방식을 조절하려는 것이었죠.

복날을 비롯한 옛 달력의 여름 날짜에는 언제 쉬고, 무엇을 준비하며, 어떤 일을 삼가야 하는지가 담겨 있었는데요. 날씨를 예측하기 위한 달력이자 공동체의 생활을 맞추는 약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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