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 장기화 시 운임·보험료 추가 상승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항만을 이용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뒤 사우디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이 홍해에서 잇달아 항로를 변경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차질을 보완해온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 위험에 놓이면서 세계 원유 공급망의 불안이 한층 커졌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선박 추적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항에서 출항한 유조선 3척이 홍해 남부에서 회항하거나 운항을 중단했다.
사우디산 원유 약 200만 배럴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신룽양’은 예멘 국경에 도달하기 전 멈춘 뒤 북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사우디 원유 약 70만 배럴을 싣고 인도 망갈루루로 향하던 유조선 ‘로도스’도 회항해 목적지를 수에즈운하로 변경했다. 파키스탄 카라치로 향하던 ‘라호르’ 역시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후티는 자체 매체를 통해 경고를 받은 선박 6척이 최근 24시간 동안 항로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선박 추적자료로 확인된 회항·운항 중단 선박은 3척이다.
후티 산하 인도주의작전조정센터는 글로벌 해운사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사우디 모든 항구에서 화물을 싣거나 내리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경고했다. 지시에 따르지 않는 선박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도 내놨다.
홍해의 전략적 중요성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더욱 커졌다. 사우디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 횡단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옮겨 아시아 등에 수출해왔다. 얀부항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대신하는 핵심 원유 수출 거점으로 부상했다.
후티의 경고에도 모든 선박이 운항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일부 유조선은 위험을 감수하고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향하고 있으며 아시아 구매자들도 홍해를 통한 원유 선적을 계속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공격이 발생하면 해운사들의 운항 중단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시아행 선박은 수에즈운하와 아프리카 서해안을 거치는 장거리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 신룽양의 중국행 운송 거리는 약 7000마일(약 1만1265㎞)에서 1만7000마일 이상으로 2.4배 늘어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신룽양과 같은 초대형 유조선은 그대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기도 어렵다. 원유의 약 절반을 이집트 수메드 송유관으로 옮긴 뒤 운하를 통과하고 지중해 연안 시디케리르항에서 다시 실어야 한다. 이에 따라 운송 기간과 환적비용, 유조선 운임 및 전쟁보험료가 모두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항로로 중요성이 커진 바브엘만데브까지 위협받으면 공급 불안이 한층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적대행위가 격화하고 상업용 재고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석유 안보를 안일하게 볼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해 운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수입 비용과 운송 기간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 호르무즈와 홍해가 동시에 흔들리면 대체 유종 확보 경쟁까지 겹치면서 정유업계의 조달 부담과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