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은 집주인이 대출 좀”…이 대통령 택한 ‘셀러 파이낸싱’ 확산하나

입력 2026-07-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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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대출 규제 때 주로 등장
강남 3구 근저당권 수요 집중
"위험 거래…민·형사 분쟁 우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이투데이DB)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이투데이DB)

"성수동 30억 아파트 사려는데 예산이 10억뿐입니다. 부족한 20억은 집주인분한테 근저당 설정하고 대출받는 형태(잔금 유예)로 거래 가능할까요?"

성동구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 씨가 최근 받은 문의다. A 씨는 "대통령 분당 아파트 거래 이후 현금이 부족한 매수자로부터 집주인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아파트 매도 과정에서 알려진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매도자 대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출 규제 문턱에 막힌 고가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매도인이 잔금 일부를 유예해 주고 근저당을 설정하는 거래 가능성을 타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강남구 자곡동 '강남자곡아이파크' 전용면적 59㎡ 매물 설명에 '집주인 대출 6억 가능'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매매가 20억 원 중 매수인 자금으로 일부 잔금을 치르고, 나머지 6억 원은 집주인에게 근저당을 설정해 준 뒤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28억 6000만원에 나온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면적 59㎡ 매물 설명에도 한때 '매도인 대출 가능'이라는 문구가 걸렸다가 삭제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대출 규제로 은행 문턱이 막히다 보니 강남 등 고가 주택 시장에서 잔금 조달이 급하거나 매도를 서두르는 이들 사이에서 간혹 나오는 방식"이라며 "불법이라기보다는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우회로'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先) 등기-후(後) 잔금(근저당)' 구조는 은행 대출이 아닌 매도인의 신용공여로 잔금 공백을 메우는 사적 금융 형태다.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을 당시에도 강남 고가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성행한 바 있다.

대출 규제의 영향력이 거센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중심으로 이러한 근저당권 설정 등기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내국인 집합건물 근저당권 설정등기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서울에서 누적 설정 건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서초구(407건)였으며, 강남구(374건)와 송파구(331건)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상반기 누적 설정 건수가 300건을 넘긴 곳은 이들 강남 3구가 유일하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매매할 때 당사자 간에 잔금 채무를 대출 채무로 전환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보통은 잔금을 받을 때 등기를 넘겨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잔금 없이 소유권을 미리 넘겨주는 방식은 흔하지 않은 거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도자가 잔금을 담보하기 위해 1순위 근저당을 설정하더라도 잔금 미지급이나 매수자의 부실 발생 시 매도인이 위험을 전적으로 떠안게 되는 위험 거래라고 경고한다.

일반적인 금융기관 대출은 잔금이 밀릴 경우 2~3개월 이내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곧바로 경매를 진행하지만, 개인 간 거래에서는 명확한 특약이 있더라도 온정주의나 절차적 한계로 권리 행사가 지연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매수인이 향후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도인의 근저당을 상환하려 하더라도 상환 시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나 기존 선순위 근저당 여파로 은행 대출이 거절돼 잔금 상환 자체가 불가능해질 위험도 있다.

잔금 지급을 유예하고 소유권을 먼저 넘겼다가 민·형사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매수인이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다른 담보대출을 받아 잔금을 갚을 테니 잠시만 근저당을 풀어달라"고 속이거나 잔금을 갚지 않고 제2·제3의 채무를 지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매도인은 1순위 근저당을 잡았더라도 경락 잔금 배당 순위나 매수인의 체납 세금(당해세) 등에 밀려 주택의 소유권을 넘기고도 미지급 잔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법원은 처음부터 잔금 변제 능력이 없음에도 근저당 설정을 유도해 등기를 넘겨받은 매수인에게 단순 채무불이행이 아닌 '기망에 의한 사기죄'를 적용해 형사 처벌을 내리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잔금을 다 받지 못한 채 소유권부터 넘겨주는 구조라 갚지 못할 경우 경매를 거쳐 대금을 회수해야 하는 등 매도인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크고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형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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