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ㆍ달러 환율, 40년 만에 첫 163엔 돌파…중동 긴장에 정부 개입 경고 무색

입력 2026-07-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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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1986년 이후 40년내 최저
美·이란 전면전 우려에 달러 강세 심화
美 국채금리 상승·유가 급등도 엔저 부채질
日 재정 방침 수정도 환율 방어엔 역부족
“개입 없으면 다음 저항선 165엔에 촉각”

▲엔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엔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엔ㆍ달러 환율이 21일(현지시간)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163엔대로 올라섰다.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안전자산인 달러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엔저를 더욱 부추겼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ㆍ달러 환율은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장보다 0.5% 상승한 달러당 163.24엔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3엔 선까지 떨어진 것은 198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이 구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곡괭이산’을 조만간 타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과 이란은 6월 중순 교전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다시 전면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달러 매수가 우세해졌다.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이 전날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홍해를 염두에 둔 ‘해상 봉쇄’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달러 매수 요인이 됐다. 일본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음에 따라 이는 엔화 매도 압력을 키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뉴욕지점의 사카모토 아쓰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는 달러 매수세가 엔화 약세의 주된 원인”이라면서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일본의 무역적자가 확대돼 엔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논리가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이란 전쟁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이란 전쟁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미국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는 4.6%대로 상승했다. 이에 금리 수익을 기대한 달러 매수세도 강화됐다.

시장이 주목했던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 운영ㆍ개혁의 기본 방침’ 영향은 미미했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가 이날 각의에서 최종 결정한 이 기본 방침에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추가되는 등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일부 수정이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발표된 초안에는 경기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견제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일본 장기금리가 급등했었다. 사카모토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확대 불안에 따른 엔화 매도 요인이 후퇴했음에도 엔화 약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엔화를 매수할 만한 뚜렷한 재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움직임은 지정학적 긴장, 일본의 부정적 재정 전망, 미·일 간 큰 금리 격차 등이 통화 안정을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을 계속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일본 당국은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총 11조7300억엔(약 106조원)을 투입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엔화 가치는 여전히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최근 몇 주 사이 가장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며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엔ㆍ달러 환율 상승이 자체적인 상승 동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공식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이뤄지더라도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 포지션을 청산하기보다는 오히려 다시 구축하는 기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 당국은 그동안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실제로는 강력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거와 달리 개입 경고만으로 즉각적인 달러 매도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해석했다.

환율이 새로운 고점을 돌파하면서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엔화 매수 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 상승,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일본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여건이 모두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며 “일본 당국이 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가 끝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시장은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략가들은 엔화 약세가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당국이 서둘러 시장에 개입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보기도 했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린토 외환·금리 수석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이제 163엔을 넘어섰지만 상승 속도는 매우 완만했다”며 “기본 시나리오는 일본 당국이 당분간 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개입이 없다면 시장은 다음 주요 저항선으로 165엔 수준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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