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균 하나증권 부사장 "원(One) IB·생산적금융 결합…하나금융 IB 판 키운다" [커버리지, 기업을 잡는 손]⑧

입력 2026-07-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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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지형도가 바뀌었다. 단순 중개업에 머물던 증권사들은 이제 혁신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모험자본 공급처로 체질을 개선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의 최전선에서, 증권사 기업금융(IB)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이에 본지는 '커버리지, 기업을 잡는 손' 기획을 통해 주요 증권사들의 IB 수장들을 만나, IB 강화 전략과 신(新)성장 동력 발굴 비전을 통해 대한민국 생산적 금융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명한다.

계열사 칸막이 허물고 공동 딜 발굴…협업 체계 전면 재편
은행 RM·증권 커버리지 연결…기업금융 시너지 극대화
발행어음 자금으로 초기기업 육성…모험자본 투자 확대

▲정영균 하나증권 기업금융(IB)그룹장(부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금융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정영균 하나증권 기업금융(IB)그룹장(부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금융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제는 대출 중심 금융에서 투자 중심 금융으로 이동하는 시대입니다. 은행과 증권이 따로 움직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영균 하나증권 기업금융(IB) 그룹장(부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하나금융그룹의 새로운 투자금융 체계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본격 가동된 '생산적금융'과 '원(One) IB' 전략을 통해 그룹 내 자본시장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B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은행과 증권, 계열사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인수금융과 기업금융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계기로 모험자본 투자와 초기 기업 투자 영역을 확대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그룹 전체 투자 역량 한 곳으로"

정 부사장은 현재 하나금융그룹 내 투자금융본부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생산적금융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 구축된 투자금융 체계의 핵심을 '협업'으로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투자금융본부 아래 대체투자, 부동산금융, 모험자본 등 3개 간담회를 운영하며 은행·증권·벤처스·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이 정기적으로 투자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동일한 딜을 놓고 공동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구조다.

정 부사장은 "에쿼티 투자와 메자닌, 구조화금융 등 투자금융 영역이 확대되는 만큼 증권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의 강점으로 체계적인 조직 운영을 꼽았다. 그는 "원 IB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조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투자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가 그룹 차원에서 목표를 공유하고, 각 간담회를 통해 투자 아이디어와 딜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올 1분기 시장 환경은 지난해보다 어려웠지만 그룹 협업 금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딜의 질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이 인수금융 리그테이블 상위권에 올라선 것도 이러한 협업 체계 결과"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 기업금융전문가(RM·Relationship Manager)와 증권 커버리지 인력을 1대1로 연결하는 'RM 페어링' 제도를 도입했다. 은행이 보유한 대기업 네트워크와 증권 구조화금융 역량을 결합해 신규 딜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그는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를 조기에 파악하고 구조화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며 "하반기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수금융 부문 경쟁력 회복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정 부사장은 "하나증권은 국내 인수금융 시장의 사관학교 역할을 했던 회사"라며 "현재 업계 주요 인수금융 인력 상당수가 하나증권 출신"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8년 이후 해외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면서 기업금융 경쟁력이 다소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3년부터 사모펀드(PEF) 출자와 기관투자가(LP) 투자를 확대했다. 그는 "인수금융은 LP 투자 없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지난 2년간 약 2000억원 규모의 LP 투자를 진행하며 딜 소싱 인프라를 다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인수금융 부문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발행어음 2조 활용해 모험자본 투자 확대…선구안이 성패 가를 것"

정 부사장은 향후 하나증권 성장의 핵심 축으로 모험자본 투자를 꼽았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했고 올해 약 2조원 규모 발행어음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25%인 5000억원을 모험자본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발행어음 사업의 본질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다"라며 "어떤 기업과 산업에 투자하느냐가 향후 증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리즈A·B 단계부터 프리IPO까지 기업 성장 전 과정에 참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3~5년 뒤 투자 성과가 증권사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하나증권은 최근 2000억원 규모 모펀드를 조성했다. 향후 벤처캐피털(VC) 운용사를 선정해 자펀드를 구성하고 초기 기업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단순히 직접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VC들과 협업해 우수 기업 발굴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심사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초기 기업 투자는 리스크가 큰 만큼 심사역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보강하고 투자 심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분야 역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반도체와 AI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경쟁이 과열된 만큼 K뷰티, 방산 등 성장성이 높은 산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뷰티기업) APR 투자 사례처럼 시장보다 먼저 성장 산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성장펀드에서 담기 어려운 영역까지 선제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들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로 구조화금융 시장이 확대된 점도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정 부사장은 "과거에는 상장이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자산유동화와 구조화금융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나증권도 이 영역을 핵심 성장 분야로 보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 확대가 곧바로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그룹 차원의 RWA(위험가중자산) 관리 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돈을 조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기업에 투자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증권사 경쟁력은 선순위 대출 규모가 아니라 에쿼티 투자 성과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하나증권은 생산적금융과 원 IB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투자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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