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세로영화’와 숏폼 드라마의 반란

입력 2026-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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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영화 줄곧 가로비율 확대해와
틱톡 주도 1분 장르 폭발적 성장세
웹툰 성공시킨 한국에도 기회 열려

영화는 가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이어야만 할까.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이준익 감독의 세로영화 ‘아버지의 집밥’을 최초로 상영했다. 세로영화가 가로 모양 스크린에서 상영된 건 처음이다. 다양한 실험을 존중해 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다운 시도다.

오는 9월 열리는 전주국제단편영화제는 아예 세로영화 세션을 내걸고 상영작을 공모하고 있다. 세계의 세로영화를 모아 자웅을 겨뤄보겠다는 기획이 자못 기대된다.

영화가 태어난 이래 화면의 모양은 언제나 가로였다. 그리고 줄곧 더 넓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발명한 뒤, 초기영화는 1.33:1의 비율을 지켰다. 1932년에는 유성영화 필름에 사운드트랙을 넣기 위해 1.37:1의 아카데미 비율이 표준화됐다. 1950년대에는 텔레비전의 도전에 맞서 시네마스코프라는 광폭 화면이 등장했다. 극장은 안방의 브라운관이 흉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넓이로 대응했다. 뒤를 이은 와이드스크린과 아이맥스까지 영화사는 곧 횡적 확대의 역사였다.

인간의 두 눈이 좌우로 배열되어 있으니 가로 화면이 자연스럽다는 건 오랜 상식이다. 그 상식을 뒤집은 건 스마트폰이다. 한 손에 쥔 스마트폰을 굳이 돌려 눕히지 않는 사용자의 게으름 혹은 합리적 선택이 세로 화면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냈다. 물론 세로영화가 영화의 새로운 형식으로 안착할지는 아직 모른다.

세로영화보다 먼저 세로 화면을 구현한 건 숏폼 드라마다. 세로영화도 숏폼 드라마의 활황에 영향을 받았다. 숏폼 드라마는 스마트폰 화면에 꽉 찬 1분짜리 이야기를 100회 연속 보여준다. 문화콘텐츠 시장은 숏폼 드라마를 빼놓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은 세로의 상상력을 산업으로 바꿔버렸다. 틱톡이 주도한 1분짜리 장르가 탄생했다.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2024년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였다. 같은 해 8조5000억원을 기록한 자국 영화 박스오피스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2025년에는 12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용자는 7억 명, 인구 2명당 1명꼴이다.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은 2시간에 이른다.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을 제패한 나라들은 예외 없이 자국을 대표하는 상징 장르를 가졌다. 미국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국의 팝 음악, 일본의 재패니메이션, 홍콩의 누아르, 한국의 K팝….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짝맞춤이다. 작품의 수준은 높았으나 세계인이 즉각 떠올릴 장르를 만들지 못한 프랑스 영화는 ‘예술의 전당’에만 머물렀을 뿐 시장을 지배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숏폼이라는 형식을 육성 대상으로 보고 있다. 법률·과학·관광 분야에까지 활용하는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방송국과 플랫폼이 연계된 제작 시스템도 구축하는 중이다. 사극과 무협처럼 숏폼을 대표 장르로 키우자는 목소리도 있다. 숏폼 드라마는 중국의 콘텐츠 산업을 세계로 끌고 나갈 상징 장르가 될 수 있을까.

숏폼 드라마는 ‘후킹’으로 시작한다. 30초 안에 갈등을 터뜨리고,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반전을 심어 다음 화를 보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든다. 자극의 밀도가 기존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자극과 반전을 무기로 내세운 K드라마와 닮은 꼴이다. 그러나 회당 소액결제 방식은 기존 영화나 드라마의 수익 구조와는 전혀 다르다. 세로영화와 숏폼 드라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나뉜다. 영화는 세로를 내세운 화면 비율의 혁신만으로 숏폼 드라마를 따라잡을 수 없다.

넷플릭스가 독점하던 스트리밍 판도에 나타난 새로운 경쟁자는 소규모 제작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가져왔다. 낮은 예산으로 효과가 좋은 제작 모델이 자리 잡으면 탄탄한 이야기와 빠른 편집만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한국 감성이 필요한 중국 제작자와 협력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 숏폼 드라마 시장은 6500억 원 정도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드라마박스’와 ‘드라마웨이브’라는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각각 싱가포르와 중국 기업이다. 비글루, 탑릴스, 숏차 같은 국내 플랫폼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만으로 장르가 자리 잡을 수는 없다.

한국은 웹툰이라는 세로 스크롤의 문법을 세계화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웹툰의 세로 스크롤 경험은 움직이는 영상인 세로영화, 숏폼 드라마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웹툰이 독창적이고 밀도 있는 이야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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