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우회로마저 흔들…韓 원유 수급 불안 재점화

입력 2026-07-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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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항 차질 가능성
수에즈→희망봉 우회 시 운송 기간 2배↑…비용 부담 확대
단기 물량은 확보…사태 장기화 시 수급 불안 우려

국내 정유업계가 호르무즈 해협 대체 경로로 이용해 온 홍해 항로마저 봉쇄될 위기에 놓이자, 원유 조달 선적 및 운임 비용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원유 조달 불안과 운임 부담이 다시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장 단기 수급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이후 홍해를 대안 경로로 활용해 중동산 원유를 도입해 왔다. 사우디 동부 유전 원유를 동서 송유관을 통해 서부 얀부항으로 옮긴 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국내로 수송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우회로마저 위협받으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대체 노선 확보와 원가 부담 추이를 정밀 점검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중동산 원유가 빠져나가는 양대 관문으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중동산 원유 도입의 주요 우회로로 떠올랐지만, 후티 반군의 해상 봉쇄 선언으로 이곳마저 통항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54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지난해 1분기(370만 배럴)보다 약 46%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에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에 해당하는 하루 740만 배럴이 이 해협을 지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정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면 유럽 방향인 수에즈운하로 올라가 지중해를 거쳐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오는 우회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통상 21~25일 걸리던 운송 기간이 50일 안팎으로 길어진다. 더구나 수에즈운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통과하기 어려워 적재량이 적은 수에즈막스급 선박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수도 있다. 장거리 운송에 따른 연료비 부담뿐 아니라 용선료와 보험료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다만 단기적인 국내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홍해 항로를 통과한 한국행 유조선은 총 15척으로, 10척은 이미 국내에 도착해 원유 하역을 마쳤고 나머지 5척도 위험 구역을 벗어나 한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정유사들도 선제적으로 원유를 확보했다. 7~8월 도입 물량은 전년 대비 110% 이상, 9월 물량도 90%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두 해협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는 경우다. 5월 기준 국내 원유 도입량의 54.1%는 중동산이며, 이 중 사우디산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중동산 원유 비중을 단기간에 크게 낮추기 어려운 만큼 양대 수송로가 모두 흔들리면 대체 물량 확보와 운송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7~8월 물량은 이미 확보돼 당장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홍해 항로까지 차질을 빚으면 운송 거리와 기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며 “선박 용선료와 보험료, 국제유가가 함께 오를 수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업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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