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금융 정책의 신뢰를 높이는 출발점

입력 2026-07-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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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마켓부장
▲구성헌 마켓부장
정책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다. 몇 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위험을 미리 점검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준비를 하는 일은 정책의 기본 책무다. 시장은 늘 불확실성을 안고 움직이지만, 정책만큼은 예측 가능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국내 증시를 뒤흔든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은 우리 정책 결정 시스템이 그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 상품은 출시 당시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시가총액 비중이 절대적인 종목에 고배율 레버리지를 허용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제도는 쫓기듯 시행됐고, 이후 증시는 짧은 기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이례적인 변동성을 경험했다. 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은 있었지만 위험에 대한 검증은 충분하지 않았다.

결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다. 출시 이후 시장은 이전보다 훨씬 큰 진폭으로 흔들리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졌다. 물론 최근 증시 변동성을 모두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미국 반도체 업황 전망, 글로벌 금리, 외국인 수급 등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그러나 작은 충격이 시장 전체를 크게 흔드는 구조를 만든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더 아쉬운 부분은 이후의 대응이다. 위험 관리 강화 차원에서 예탁금 기준을 높이는 보완책이 마련됐지만,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처방이라기보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제도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정책이 왜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았는지,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의 실패는 시장의 실패보다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정책은 한번 잘못 설계되면 수정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그래서 정책은 속도보다 검증이, 의도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교훈은 적지 않다. 2022년 영국 정부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충분한 시장 검증 없이 발표했다가 국채시장과 연기금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자 불과 수주 만에 정책을 사실상 철회해야 했다. 시장이 문제 삼은 것은 감세 자체보다 정책의 준비 부족과 예측 가능성의 훼손이었다. 정책은 방향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금융시장은 신뢰 위에서 움직인다. 정책이 일관된 원칙 아래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시행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투자자도 장기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정책이 단기간의 성과나 시장 분위기에 따라 급하게 도입되고, 문제가 발생한 뒤 보완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시장은 정책 자체를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정부의 역할 역시 분명하다. 시장을 대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시장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정책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미래를 모두 맞힐 수는 없어도, 예상 가능한 위험만큼은 미리 살피고 대비하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이번 논란은 특정 금융상품 하나의 성패를 넘어 정책 결정 과정 자체를 돌아보게 한다. 시장 개입은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진단은 누구보다 정확하게, 처방은 누구보다 신속하게. 그것이 시장의 신뢰를 지키고 정책의 신뢰를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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