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공장 문을 닫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따로 있다. 적자 사업과 부채, 인력 감축에 따른 부담을 누가 얼마나 나눠 가질지 정하는 일이다.
이번 주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 4개사가 참여한 사업재편안이 정부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여수산단 내 여천NCC 2·3공장을 폐쇄하고 남은 1공장을 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통합하는 한편, 각 사가 보유한 일부 다운스트림 설비를 묶는 것이 골자다.
여천NCC는 한때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알짜 중의 알짜’로 불리던 회사다. 그러나 2022년부터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고 지난해에는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이는 한 기업의 부침이라기보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벼랑 끝까지 내몰린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축소판에 가깝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 들어간 대산 1호에 이어 여수 1호까지 실행되면 약 250만t(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가 약속한 감축 목표인 270만~370만t의 하단에 근접한 수준이다. 수년간 구호에 머물렀던 구조조정이 비로소 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다만 정부 승인을 받는다고 이해관계가 저절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통합법인의 출자 구조와 설비 가치, 이전할 자산과 차입금 등 각 사가 앞으로 협의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수익성이 낮은 설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지역 고용 문제도 풀어야 한다.
구조개편은 기업들의 과감한 결단과 정부의 신속한 승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계획이 마련된 이후 손실과 비용을 어떻게 나누고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석유화학 산업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이미 사업 재편 논의가 지체된 만큼 대산 1호와 여수 1호를 이을 후속 논의도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 일부 기업에 부담이 집중되고 다른 기업은 구조조정의 과실만 가져가는 선례가 남는다면 구조개편의 동력은 꺾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