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준공업지역"⋯10년 묵은 공급 카드, '실질 공급' 바꾸려면

입력 2026-07-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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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공장주 충돌 등으로 성과 제한
"일반 정비사업과 다른 특성 반영해야"
이전 대책·금융 규제도 풀어야 실질 공급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영등포·구로 일대 준공업지역 개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준공업지역 개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토지주와 공장주, 임차인 간 이해관계 충돌, 공장 이전·영업 보상 대책 부족 등으로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진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용적률 완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별 여건을 반영한 정비 방식과 공장·임차인 이전 지원, 금융 규제 개선까지 병행해야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건설·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영등포·구로 등 준공업지역의 공급 여력을 강조한 데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도 영등포구 양평동 현장을 찾아 용적률 상향 적용 사업을 점검하는 등 공급 확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준공업지역 개발은 새롭게 등장한 공급 해법이 아니다. 서울시는 2009년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2015년 '준공업지역 재생과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산업 기능과 주거환경을 함께 고려한 유형별 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에도 관련 정책이 이어졌지만 실제 착공과 입주 물량으로 전환되는 속도는 더뎠다.

준공업지역 사업이 장기간 정체된 주요 원인으로 토지주와 영세 공장주, 임차인 간 이해관계 충돌, 공장 이전 대책 부족이 꼽힌다. 일반적인 주택 재개발과 달리 산업 기능 유지와 영업 보상, 공장 이전, 산업시설 확보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해 단순한 용적률 완화만으로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준공업지역 사업 난항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문래동이다. 서울시는 2013년 문래동 1~4가 준공업지역에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2020년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이에 대해 토지주택연구원은 대토지소유자와 소규모 영세 공장주 등 이해관계가 상이한 토지등소유자가 혼재한 상황에서 대규모 전면철거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 정체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문래동 일대는 최근 계획 개편과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문래동 1~4가 일대 정비사업은 대규모 블록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꿔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준공업지역 개발이 일률적인 전면 철거 방식보다 토지 소유 구조와 산업시설 분포 등 지역별 여건에 맞춰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서울시는 2024년 '서남권 대개조'를 발표한 뒤 주거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준공업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공동주택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는 일반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인 300%보다 높은 수준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과거에는 준공업지역 재개발에 대한 서울시 내부 규정과 혜택이 미비해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수년 동안 멈춰 서 있었다"며 "서울시가 내규를 개선해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주면서 문래동 등 주요 사업지의 재개발 물꼬가 비로소 트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용적률 상향만으로 실제 착공과 입주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준공업지역 정비사업은 공장 이전과 영업 보상 문제 등 현장의 실타래를 푸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존 제조업체와 임차인들이 정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주 대책과 공공의 세심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비 대출 등 금융 규제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 위원은 "현재 재개발 사업지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나 이주비 대출 규제 등에 묶여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실질적인 공급 확대를 원한다면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등 현장의 실질적인 걸림돌을 제거해 주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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