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전용 규제 완화하고 스마트축산·농업 집중 지원…합천서 첫 실험

주택 옆에는 축사가, 마을 안에는 공장과 창고가 들어선 농촌의 난개발 구조를 바꾸기 위한 ‘공간 대수술’이 시작된다. 마을과 뒤섞인 유해시설은 철거·이전하고 축산·가공시설은 별도 지구에 모으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구 내 시설 설치와 관련한 일부 농지 규제를 풀고 관련 사업을 집중 지원해 2030년까지 전국 139개 시·군마다 농촌특화지구를 1곳 이상 조성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농촌특화지구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농촌특화지구는 농촌 공간을 △농촌마을보호 △농촌산업 △축산 △농촌융복합산업 △재생에너지 △경관농업 △농업유산 △특성화농업 등 8개 유형으로 나눠 관리하는 제도다. 농촌 곳곳에 주택과 축사, 공장, 창고가 무질서하게 들어서면서 발생한 악취와 소음,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는 동시에 지역별 특화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핵심은 지구 지정에 그치지 않고 규제 완화와 재정사업을 묶어 시설 이전과 집적을 유도하는 데 있다. 농촌마을보호지구의 소매점·목욕장·세탁소, 농촌산업지구의 공장·창고 등 지구 목적에 맞는 시설은 농지전용허가 대신 신고만으로 설치할 수 있게 한다.
축산지구나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된 곳에는 농업진흥구역 안에서도 가축분뇨를 활용한 통합바이오가스화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재생에너지지구에서는 영농형태양광법에 따라 농업법인이 발전사업에 참여하고 농업진흥지역도 사업 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재정지원 문턱도 낮춘다. 지금까지 농촌공간정비사업의 특화지구형 지원을 받으려면 2개 이상의 지구를 연계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농촌마을보호·농촌산업·축산지구의 경우 1개 지구만 조성해도 지원한다.
스마트축산단지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등 관련 사업을 신청할 때는 특화지구에 우선선정이나 가점 혜택을 준다. 스마트축산단지는 한 곳당 95억원,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는 한 곳당 200억원 규모다. 기존 농촌융복합산업지구와 스마트농업육성지구 등 다른 법률에 따라 지정된 유사 지구도 농촌특화지구 체계로 연계한다.
복잡한 지정 절차도 줄인다. 현재는 시·군이 10년 단위 농촌공간 기본계획을 세운 뒤 종합적인 시행계획까지 수립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지구 지정에 필요한 핵심 사항만 담은 ‘농촌특화지구계획’을 도입해 지정 기간을 단축한다. 정부는 후보지 발굴과 계획 수립 단계부터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고 농촌계획 분야 자격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첫 시험대는 경남 합천군 쌍백면이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2024년 3월 시행된 이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촌특화지구가 지정된 곳이다.
합천군은 기존 반려동물 테마파크와 연계해 한우와 고구마 등 지역 농축산물로 펫푸드를 생산·판매하고 반려동물 동반 숙박과 워케이션 공간을 조성한다. 마을 환경을 해치던 노후 계사는 철거하고 그 자리에는 힐링 숲을 만든다.
인구 약 200명의 평구리에 매년 4000여명이 찾는 반려동물 시설을 지역 내 소비와 체류, 정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관광시설 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 생산과 가공, 체험, 숙박을 하나의 공간 전략으로 묶는 것이 관건이다.
전국적인 농촌 공간 정비도 진행되고 있다. 올해까지 농촌공간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곳은 138개 지구다. 이들 지역에서는 축사 728곳과 빈집 178곳, 공장 46곳 등 모두 1072곳의 유해·방치시설 정비가 추진될 예정이다. 해당 수치는 농식품부가 지난달 공개한 농촌공간정비사업 현황과 일치한다. 농식품부 공식 자료
특화지구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 문제가 발생한 시설을 개별적으로 철거하는 사후 정비에서 벗어나 주거·산업·축산시설의 입지를 미리 나누는 계획적 관리가 가능해진다.
다만 지구 지정 과정에서 축사·공장 이전 대상자와 주민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정비 이후 들어설 시설의 운영 주체와 수익모델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남는다. 주민 참여와 합의가 부족할 경우 지구 지정 이후 실제 사업 추진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주민협정 등 참여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관건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인구 약 200명의 평구리에 매년 4000여명이 반려동물테마파크를 찾고 있다”며 “이 방문이 마을과의 교류·소비·정주로도 연결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