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대회는 역대 최대 흥행과 함께 정치 개입 논란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스페인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페란 토레스(바르셀로나)였으며, 주장 로드리(맨체스터 시티)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마지막 월드컵에 나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는 아르헨티나의 2회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8골을 터뜨리며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골든부트(득점왕)는 10골을 기록한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첫 월드컵이다. 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 3개국 공동 개최와 대규모 상업화에 힘입어 FIFA는 최소 130억달러(약 19조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경기장 대부분은 매진됐고 시청률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자국이 벨기에에 패한 16강전이 약 300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며 대회 최고 시청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화려한 흥행 이면에는 적지 않은 논란도 이어졌다.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26 월드컵은 FIFA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대회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 의혹으로 FIFA의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논란은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 모나코)의 징계 번복이었다.
발로건은 이전 경기 퇴장으로 자동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뒤 징계가 철회됐다. FIFA는 독립위원회의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축구계 안팎에서는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이 사건은 국제적인 논란으로 번졌고 대회 후반부 심판 판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메시가 속해 있는 아르헨티나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FIFA가 길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또한 발로건 징계 번복에 대해 "FIFA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규정의 확실성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했다.
개최국 미국의 강경한 입국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FIFA 심판으로 선정된 소말리아 출신 오마르 아르탄은 미국 입국 직후 테러 연관성을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고, 아르탄은 "인생 최대의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란 대표팀 역시 미국과의 갈등 속에 사실상 멕시코를 거점으로 이동해야 했으며, 미국 경기마다 일부 스태프가 비자를 받지 못해 동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었다.
상업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인판티노 회장은 경기 중 수분 보충 시간을 확대해 사실상 경기를 4쿼터처럼 운영했다. FIFA는 선수 보호를 이유로 들었지만, 미국 중계사 폭스(FOX)는 해당 휴식 시간 광고만으로 중계권료 4억7500만달러(약 7050억원)의 절반 이상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지며 "광고를 위한 경기 운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티켓 가격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항공권처럼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적용되면서 일부 경기는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까지 치솟았고, 결승전 티켓은 최대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NYT는 미국 텍사스의 한 축구팬이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을 보기 위해 자신의 자동차를 2만달러(약 3000만원)에 팔았다고 소개하며 이번 대회의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번 대회의 흥행을 발판 삼아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할 예정이며, 2030년 월드컵부터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공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편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조별리그 A조에서 체코를 2-1로 꺾었지만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이어 0-1로 패하며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에 그쳤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며 각 조 3위 가운데 상위 8개 팀까지 주어졌던 32강 진출권 경쟁에서도 밀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기대를 모았던 한국은 4년 만에 다시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게 됐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부터 공정성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았던 홍명보 전 감독은 월드컵 탈락 이후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나에게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