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랑 이런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18일 오전 경남 양산시 대운산 자락에 위치한 공립 힐링 체험관 '숲애서'. 부산시교육청이 마련한 '아버지교실' 중등 과정에 참가한 중학생들은 아버지와 함께 숲길을 걸으며 평소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중학생 자녀와 아버지 34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체험복으로 갈아입은 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두 개 조로 나뉘어 대운산 숲치유길 산책에 나섰다.
학교와 학원, 스마트폰에서 잠시 벗어난 숲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아버지와 자녀는 나란히 숲길을 걸으며 일상과 학교생활,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집에서는 쉽게 꺼내지 못했던 대화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참가자들은 산림치유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서로 좋아하는 음식과 취미,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숲길 곳곳에서는 간단한 게임과 체험 활동도 이어졌다. 거울을 활용해 뱀의 시선으로 숲을 바라보는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아이와 아버지가 함께 웃으며 숲길을 걸었고, 자연을 색다른 시각으로 경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육아 문화로 꼽히는 '스칸디나비아 대디(Scandinavian Daddy)'는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교감하는 것을 중시한다.
이날 숲길 산책 프로그램은 이러한 육아 철학을 떠올리게 했다.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 함께 걷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 자체가 소통이 됐다.
행사가 열린 '숲애서'는 2021년 7월 개관한 국내 최초 공립 힐링 서비스 체험관이다. 양산시 대운산 자락 1만5000㎡ 부지에 조성된 이 시설은 연면적 4370㎡ 규모로 건강관리센터와 GX룸, 사우나를 갖춘 체험관과 12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하는 숲으로 왓(What)수다, 구름명상, 소리테라피 등 8개 분야 46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대운산자연휴양림과 대운산생태숲과 함께 동남권 대표 생태휴양벨트를 이루는 이곳은 이날 참가 학생들 사이에서도 호응이 높았다.
일부 학생들은 "숙박이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숲길 산책에 이어 건강치유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공동 과제를 수행하며 협동하는 시간을 가졌고, 제철 식재료로 구성된 치유 식사를 함께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말로만 하던 소통이 몸으로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이번 아버지교실은 직장인 아버지들의 양육 참여를 확대하고 자녀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아버지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말 프로그램으로 운영했으며, 지난 4일 열린 초등 과정과 이날 중등 과정 모두 모집 정원을 조기에 채울 만큼 관심이 높았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이번 아버지교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버지와 자녀가 정서적 유대감을 쌓고 함께 치유할 수 있도록 준비한 프로그램"이라며 "많은 아버지가 참여해 자녀와 깊이 소통하고 행복한 가정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바다중학교 서원준 학생은 "아빠와 넓은 숲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좀 덥기는 했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산시교육청 학부모교육활성화추진단 관계자는 "체험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빨리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며 "혹서기 진행이라 걱정도 많았지만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숲길을 함께 걷고, 땀을 흘리고, 식사를 나누는 동안 아버지와 자녀의 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로에게 집중한 하루. 대운산 숲속에서 보낸 시간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또 하나의 교육이 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