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서울시 임금근로자의 삶의 질과 건강 행태는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실질적인 근로 시간 감축 효과는 근로 형태에 따라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근로시간 상한 설정만으로는 장시간 노동 감소 등 제도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울연구원 ‘서울시 임금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무제 경험 분석과 정책 발전방향’에 따르면 실증분석을 통해 추정한 평균적인 근로 시간 감축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일자리 개수와 근로 시간, 연장 근로 등 이질적인 조건에 따라 근로 시간 체감 방향이 다르게 나타났다.
경험 조사 결과 주업만 있는 근로자(약 87%) 중 근로시간 변화가 있다고 답한 집단에서는 ‘시간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22%로 ‘증가했다’(7%)보다 크게 높았다. 반면 주업과 부업을 모두 가진 근로자 집단에서는 오히려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15%로 ‘감소했다’(9%)를 웃돌았다. 이는 일부 근로자의 연장근로 의존적 임금 구조나 사업체 규모 등의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 감축 혜택을 균등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2025년부터 제도가 본격 적용된 5인 이상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등 근로 조건이 취약한 곳에 소득 보전 등 보완 정책이 없다면, 제도 목적과 반대되는 부작용이 취약계층에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건강과 여가, 주관적 삶의 질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다수 관찰됐다.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 '미충족 의료' 경험 근로자 비중은 제도 적용 전 32.0%에서 적용 후 22.3%로 줄었다. 미충족 사유 중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 비중은 감소했지만 ‘경제적 이유’라는 응답은 늘어 구조적 변화를 보였다. 또 주당 아침 식사 횟수와 중강도 수준의 운동 횟수가 늘어나는 등 식생활과 신체활동이 개선됐다.
연구원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현장 여건을 반영한 실질적인 보건·노동 정책 방안이 제도 내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소규모 사업장 등 취약한 곳에는 노무 관리 등 실무적 지원과 권리 구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줄어든 근로 시간이 실제 휴식과 건강관리로 이어지도록 보건·노동 정책을 결합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정기적 상담 등을 통해 취약 사업장 종사자의 수면·정신건강·근골격계 질환 등을 모니터링해 시립병원 등과 연계하는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서울시 산하 기관 근로자 등의 근로 여건 변화와 건강 지표를 추적 관찰하는 ‘서울형 화이트홀 연구 체계’를 도입해 시 노동 정책 수립의 근거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