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고점 대비 25% 이상 폭락하며 약세장 진입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가 이미 '진바닥' 구간에 진입해 이달 말부터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는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공세에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 6월 22일 종가 9114.55에서 전날 마감 기준 6806.93으로 25.32% 급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통상 고점 대비 25% 이상 하락하는 것을 기술적 약세장 진입 신호로 해석하는 만큼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폭락장의 주요 배경으로는 단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꼽힌다. 외국인은 지난 5월 초부터 전날까지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과정에서 코스피 시장 기준 107조원을 순매도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총 163조원의 주식을 쏟아냈다. 특히 최근 한 달 사이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42조6500억원)와 SK하이닉스(47조611억원) 두 종목에서만 외국인은 89조711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내며 112조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증시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체력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7월 들어 투자자 예탁금은 한 달 만에 기존 140조원에서 105조원으로 거의 35조원 가량 급감했다. 연초 이후 끝없이 상승하던 신용거래잔고 역시 최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38조원에서 35조원으로 수준으로 약 3조원 가량 줄어들며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고갈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현 지수대가 매도세의 정점에 달한 뒤 진정되는 '진바닥' 영역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한국 증시 상승률이 대만이나 일본 증시에 비해 과도하게 조정받으면서 국가 간 리밸런싱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 폭탄이 일단락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이달 10일 종가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8배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6.5배)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최악의 시스템 위기가 아니라면 정당화하기 힘들 만큼 과매도된 상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도체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AI 산업 서사의 균열, 밸류에이션의 되돌림, 수급(레버리지 청산)의 충격 영향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국내 투자심리, 수급, 레버리지 ETF 간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증시대비 차별적인 약세를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굵직한 수급 이벤트들이 종료 단계에 접어든 점도 수급 개선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글로벌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주요 지수 편입에 이어 지난 10일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SK하이닉스 ADR은 국내 보통주 대비 15.5%의 높은 프리미엄을 기록하며 거래를 마쳐, 미국 상장 주식을 사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의 흐름을 완화하고 환전 과정에서 원화 강세를 유도해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외국인 매수세 유입의 핵심 분수령은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미국의 대형 IT 기업(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 발표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CAPEX) 규모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 알파벳을 시작으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2분기 실적과 함께 향후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상향하거나 유지할 경우, 과도한 AI 거품 우려가 해소되며 국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강력한 외국인 매수세가 재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주요 악재와 수급 부담이 대부분 반영된 진바닥 구간으로 판단된다"며 "이달 말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AI 수요와 투자가 지속되고 있음이 확인된다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극대화된 국내 반도체 대표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월말까지의 변동성 확대 기간을 적극적인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